LG에너지솔루션과 주로 거래하는 배터리 장비기업 디이엔티가 노칭 공정을 이원화한다. 기존 레이저와 함께 프레스 방식을 추가했다. 노칭(Notching)은 양‧음극판의 끝에 있는 탭(Tab)을 따주기 위한 공정이다. 칼날 모양의 금형을 쓰면 프레스, 레이저를 이용하면 레이저 노칭이다.
그간 디이엔티는 레이저 노칭 장비만 다뤘다. 프레스 노칭 장비 사업을 통해 핵심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디이엔티는 최근 프레스 노칭 장비 사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노칭 장비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장비 제작은 지아이텍, 프레스와 금형 일체는 유진테크놀로지가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모두 배터리 부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장사다. 지아이텍의 장비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이엔티-LG에너솔루션이라는 고객사를 확보하며 제대로 물꼬를 텄다.
프레스 노칭은 일정 기간 사용하면 금형을 바꿔야 한다.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금형 교체 시 생산 라인을 잠시 멈춰야 한다.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레이저 노칭은 이런 소모품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 다만 공정 난도가 높고, 초기 수율과 안정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장비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디이엔티가 프레스 노칭 장비 사업을 선택한 배경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합작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있다. 인도네시아 합작사인 HLI그린파워부터 배터리 생산 방식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기존에는 배터리 셀 기업의 입김이 컸던 분야였다.
현대차그룹은 가장 먼저 스태킹 방식부터 바꿨다. LG에너지솔루션 고유의 '라미네이션&스태킹(L&S:Lamination&Stacking)'이 아닌 Z-스태킹을 도입했다. 스태킹(Stacking)은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계단처럼 층층이 쌓는 공정이다. 배터리 형태를 만드는 조립공정의 일부로 노칭 공정 다음에 위치한다.
L&S는 배터리 양‧음극과 분리막을 먼저 붙이는 라미네이션 이후 배터리 소재를 적층한다. Z-스태킹은 양극·음극을 낱장으로 재단 후 분리막과 번갈아 쌓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L&S를 적극 권유했으나, 현대차그룹의 Z-스태킹 도입 의지가 강했다. 이번에는 노칭 공정을 레이저에서 프레스로 전환하면서 배터리 생산 방식에 끼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
디이엔티를 통해 공급되는 프레스 노칭 장비는 HLI그린파워에 우선 설치된다. 이후 미국 배터리 합작사(LG에너지솔루션-현대차그룹)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현대차그룹과의 배터리 합작사는 '프레스‧Z-스태킹'이라는 공식이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레스 노칭 장비 도입이 이어질수록 지아이텍, 유진테크놀로지 수혜가 더 커질 것"이라며 "Z-스태킹 장비도 기존 디에이테크놀로지 외에 신규 협력사 선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디이엔티의 2023년 매출을 1186억원, 영업이익 34억원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매출 1432억원, 영업이익 158억원으로 실적 개선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