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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에 발목잡힌 경계현...'구원투수' 전영현, '반도체 1등 DNA' 회복해낼까?
HBM에 발목잡힌 경계현...'구원투수' 전영현, '반도체 1등 DNA' 회복해낼까?
  • 노태민 기자
  • 승인 2024.05.2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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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1일 DS부문장 전격교체 '파격 인사'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 밀린 게 결정적 이유
6월중 DS부문 추가 조직개편 및 후속 인사 예정
전영현 부회장, 메모리 1등 DNA 회복 여부가 관건
지난 1년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부문은 고난의 행군을 거듭했다. 회사의 캐시카우인 반도체 부문이 연간 30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엔 15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분기 영업손익도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4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역시 처음이다. 아무리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삼성 반도체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실적 추이.
기술력에 있어서의 '초격차'도 예전만 못하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와의 격차는 이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 업계에 돌았다. 특히 AI 시대 핵심 반도체로 꼽히는 HBM 분야에선 외려 경쟁사에 뒤졌다. '경쟁사에 밀린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삼성전자는 불과 몇달전까지 "여전히 우리가 HBM 점유율은 1등"이라고 말했었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이 축적된 결과가 21일 발표된 '반도체 사령탑 전격교체' 인사다. 그동안 간간이 원포인트 인사를 실시하기도 했던 삼성전자이지만, 핵심 중의 핵심 사업부 수장을 정기인사철이 아닌 때 교체한 건 극히 이례적인 '파격 인사'다. 이번 인사의 배경은 무엇이고, 향후 삼성 DS부문의 변화를 짚어본다. 

◆ DS부문장 깜짝 교체, 전조는 있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미래사업기획단장인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경계현 DS부문장을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한다고 발표했다. 형식상으로는 위촉이지만, 경질에 가까운 인사다. 삼성 내부에서는 경계현 사장이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DS부문 임직원들도 이번 인사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현 신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신임 전영현 DS부문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낸드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2차전지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올해 초에는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선임됐다. 미래기획사업단장으로 재배치된 경계현 사장은 2020년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지난 2022년부터 삼성 DS부문을 이끌어왔었다.  사실 이번 인사에 앞서 삼성 DS부문은 지난 1년간 원포인트 인사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7월초에는 DS부문 내 핵심 보직인 D램 개발실장과 파운드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동시에 교체했다. 당시에도 반도체 핵심조직을 전격 교체한 배경에 대해 뒷말이 많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파운드리 CTO가 5개월도 안돼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지속적인 부진에 대한 경고성 인사로 업계는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서 올해 5월에는 DS부문장까지 교체된 것이다. 

◆ 교체 배경은 'HBM 부진', '초격차 위상 흔들'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의 공식 설명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분위기 일신'이다. 과거 메모리 분야에서의 확고한 1등의 경험만 갖고 있던 상황에서 최근의 부진은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  교체인사의 원인 1순위로는 HBM 사업 부진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HBM2E 시장까지는 지배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HBM3부터 SK하이닉스에 상당수 점유율을 뺏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퀄 실패로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는 더욱 커진 것이다. 현재 확인된 삼성전자의 HBM 고객사는 AMD, 아마존웹서비스(AWS), 리벨리온 등이 있다. 
'초격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이번 교체인사의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은 초격차 전략이다. 경쟁사 대비 월등한 점유율을 기반으로, 최소 1세대 이상 앞선 기술로 원가절감 및 우월적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왔던 게 삼성전자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도 크게 좁힌 상태다.  HBM에 앞서 D램 첨단공정에서도 기술격차 축소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10나노급 1a D램은 지난 2021년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보다 먼저 개발에 성공했다. 1b D램의 경우도 삼성전자와 두 경쟁사와의 격차는 거의 없는 상태다. 과거 1년~1년6개월가량 앞서가던 삼성의 기술 경쟁력이 예전만큼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같은 초격차 위상의 추락은 지난해 삼성이 전례 없는 감산 결정을 내린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연초 이재용 회장이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불과 몇달 뒤에 삼성도 인위적 감산에 나선다는 입장을 내놨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여전히 TSMC 추격에 벅찬 모습이다. 트렌드포스가 조사한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61.2%, 삼성전자 11.3%, 글로벌파운드리 5.8%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대비 점유율 격차는 더욱 커졌다.

◆ '구원투수' 전영현 앞에 놓인 숙제는...

업계에서는 신임 전영현 DS부문장이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시기에 선임된 만큼, 산적한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이어 6월 중 추가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안에 밝은 한 관계자는 "6월 중 추가 인사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영현 표 DS부문'의 밑그림과 윤곽은 이 때 더 확실히 드러날 전망이다.  최우선 당면 과제는 엔비디아 HBM 퀄 통과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엔비디아로부터 HBM3E 8단 퀄 통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추격을 위해서는 먼저 세계 최대 HBM 수요처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소자 업계 관계자는 "경계현 사장이 낸드 전문가였다면, 전영현 부회장은 D램 전문가"라며 "전 부회장의 첫번째 특명은 HBM 경쟁력 제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파운드리 대형 고객사 확보다. 삼성전자는 7nm 이하 선단 공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만큼, 파운드리 산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례로, 인텔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들에 접촉해 파운드리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서의 초격차 지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HBM 개발 조직을 해체했고, 이 영향으로 HBM3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점유율을 크게 빼았겼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4F스퀘어, 3D D램뿐 아니라 고객사가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메모리 개발에 힘쓸 필요가 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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