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업체 시름

세코닉스·디오스텍 등 3분기 누적 적자전환 디지탈옵틱 영업손실률 57%...매출도 60%↓

2021-01-05     이기종 기자
코렌
국내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업계가 시름을 앓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사양 카메라가 차별화 요소가 됐지만 렌즈 업체는 수혜대상에서 빠졌다. 일부 업체는 사업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메라 렌즈 업체는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일제히 적자전환했다. 세코닉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2720억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26% 줄었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다른 업체도 적자다. 영업손실 규모는 디오스텍 59억원(매출 586억원), 코렌 223억원(매출 320억원), 디지탈옵틱 141억원(매출 250억원) 등이다. 디지탈옵틱의 영업손실률은 무려 57%다.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60% 줄었다. 디지탈옵틱은 지난 4일 최대주주가 기존 경영 컨설팅 업체 '데비'에서 의료기기 업체 '노블바이오'로 바뀌었다. 회사에선 지분 인수 목적을 경영권 참여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렌즈 업체 실적 부진의 구조적 원인을 대만 라간정밀과 중국 서니옵티컬의 삼성전자 내 점유율에서 찾고 있다. 세계 1위 렌즈 업체 라간정밀과 중국 최대 렌즈 기업 서니옵티컬 두 업체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내 렌즈 점유율은 20~30% 수준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라간정밀과 서니옵티컬의 렌즈 생산능력은 각각 국내 업체의 10배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 중화권 업체의 점유율이 큰 데다 단가 경쟁력도 앞서서 국내 업체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 지난 2019년 파트론과 엠씨넥스, 파워로직스 등 주요 카메라 모듈 업체 매출이 전년비 30~70% 급증하며 '1조원 클럽'에 가입했을 때 렌즈 업체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2019년 세코닉스는 매출이 전년비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때문에 국내 렌즈 업체는 고부가가치 렌즈 개발과 함께 각기 다른 방법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세코닉스는 회사 매출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사업보다 자동차 카메라 모듈 비중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세코닉스는 현대기아차의 카메라 모듈 협력사다. 회사는 향후 차량용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 '뷰잉'(viewing) 외에 '센싱'(sensing) 분야 비중이 커지는 변화에 대응할 방침이다. 세코닉스는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자율주행차 렌즈 중심 사업재편계획을 승인받았다. 기업활력촉진법에 따라 세제 감면이나 절차 간소화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디오스텍은 카메라 모듈 업체 코아시아에 인수돼 수직계열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코아시아는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 모듈 시장에 진출하며 디오스텍을 인수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파트론이나 엠씨넥스 같은 다른 카메라 모듈 업체가 디오스텍 렌즈를 사용해야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디오스텍은 지난 2019년 매출에서 코렌을 제친 바 있다. 코렌은 올해 보급형 제품용 렌즈 납품량을 늘리면서 시장 점유율 회복에 힘쓸 전망이다. 회사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렌즈 비중을 기존 70%에서 30% 수준으로 낮추고 보급형 제품용 렌즈 납품을 늘릴 계획이다. 코렌은 폴디드줌 렌즈 개발 및 소재 국산화 국책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렌즈 업체 방주(비상장사)는 지난해 3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지난 2019년 방주의 영업손실률은 42%였다. 당시 회계법인 공명은 '방주가 계속 기업으로 존속할지 불확실하고 감사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