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CEO "반도체 위탁생산 고려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는 TSMC 언급
2021-01-15 김동원 기자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칩 생산을 외부 파운드리에 맡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업체명은 TSMC를 언급했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신임 CEO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TSMC와 같은 아웃소싱 업체에 생산을 맡길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자체적으로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종합반도체업체(IDM)다.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길 필요가 없었다. 50년 넘는 역사에서 외주생산을 거의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팻 겔싱어 CEO가 아웃소싱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인텔이 7나노 이하 미세공장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전 세계에서 10나노 이하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고 있는 AMD 경우 TSMC를 통해 7나노 이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지난해 말 인텔에 반도체 생산부문이 삼성전자와 TSMC에 밀렸다며 구조개혁을 요구한 바 있다. 생산부문을 털어내고 전략적 대안을 탐색하기 위한 투자자문을 고용하라고 주문했다. IDM 지위를 포기하고 퀄컴이나 AMD, 엔비디아처럼 반도체 설계에만 역량을 집중해달라는 의미로 읽혔다.
인텔은 파운드리 생산을 삼성전자보단 TSMC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블룸버그는 "TSMC는 인텔의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4나노·5나노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 초기 단계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13일 발표한 자료를 통해 동일한 전망을 내놨다. 자료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하반기에 차세대 '코어 i3 CPU' 생산을 TSMC의 5나노 공정에 맡길 계획이다. 2022년 하반기에도 중급 및 고급형 CPU 생산을 TSMC의 3나노 공정에 위탁한다고 전망했다. 인텔은 이미 CPU 외의 칩 생산의 15~20% 가량을 TSMC와 UMC에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서는 인텔이 보안상 이유로 삼성전자보단 TSMC를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까지 하는 IDM인 반면, TSMC는 위탁생산만 하는 순수 파운드리기 때문이다. 애플이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생산을 맡기는 데에도 보안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로부터 직접 수주를 받을 가능성은 낮으나, 삼성전자도 간접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 TSMC가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위탁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IBM·엔비디아·퀄컴 등 굵직한 기업들로부터 반도체 생산을 수주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