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형 무선이어폰에 中업체 배터리
갤럭시버즈 프로…EVE에너지가 담당
초도 물량 일부 공급
2021-01-20 이수환 기자
삼성전자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 프로에 중국 EVE에너지가 만든 배터리가 탑재됐다. 무선이어폰 충전 케이스용이다. 그동안 무선이어폰용 코인셀(단추형) 배터리로 채용한 적은 있으나 충전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갤럭시버즈 프로 충전 케이스 배터리를 중국 EVE에너지에서 공급 받고 있다. 소형 폴리머 배터리다. 용량은 472mAh로 갤럭시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쓰이던 것을 그대로 활용했다. 이 배터리는 다른 중국 업체인 ATL(Amperex Technology Limited)도 삼성전자에 제공한 전력이 있다.
EVE에너지는 갤럭시버즈 플러스용 코인셀 배터리를 공급하며 삼성전자와 거래를 텄다. 그러나 이전 배터리 공급 업체인 독일 바르타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후 출시된 갤럭시버즈 라이브에 재차 바르타 제품이 탑재된 것. 삼성SDI가 코인셀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고 삼성전자에 공급하면서 EVE에너지 입지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갤럭시버즈 프로 충전 케이스용 배터리를 맡으면서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EVE에너지 배터리를 사용한 것은 원가절감 차원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종합하면 무선이어폰, 웨어러블 기기에 쓰이는 소형 폴리머 배터리 원가는 4~5달러로 추정된다. 최신 스마트폰용 배터리 가격은 보통 6~8달러 사이다. 용량은 작지만 스마트폰용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생산자개발생산(ODM) 생산을 확대하면서 여러 배터리 업체와 거래를 확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버즈 프로와 함께 출시한 갤럭시S21에도 ATL 배터리를 초도 물량에 포함시켰다. 지난 몇 년 동안 ATL은 갤럭시A·M과 같은 중저가 모델 위주로 배터리를 공급했다.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인 BYD와 물량을 나눠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EVE에너지를 포함해 소형 폴리머 배터리 시장에 신규 진출한 기업이 부쩍 늘었다"며 "EVE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도 운영하는 등 배터리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력 확대를 꾀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