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 메모리보다 파운드리 규모 커질 것"
중국, 한국·일본 등으로 공급사 다변화 시도
줄어드는 기술격차 해결은 국내 기업의 당면 과제
2021-02-01 김동원 기자
중국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보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중심으로 발전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현근 중국경영연구원 전문위원(전 TCL 부사장)은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한 중국시장 진출 성공전략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은 반도체 육성 사업에서 미국 견제가 약하고 자국 수요가 풍부한 파운드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향후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 방향은 파운드리 중심으로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장비 업체의 주요 시장이다. 2019년 수출된 반도체 장비 중 71%가 중국으로 나갔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13개 파운드리 공장(팹)을 건설하고 있거나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이 파운드리 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경쟁력 제고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50위 팹리스 기업 중 10개가 중국 기업이다. 순위권엔 포함되지 않더라도 중국에는 1300~1400개의 팹리스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 업체 수요를 맞추려면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필요하다. 중국이 파운드리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다.
이 전문위원은 "중국 브랜드 IT 기기 생산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등에 탑재되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시장이 크고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파운드리 점유율이 확대돼 이 분야 시장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제재도 한국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미국 장비 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 반도체 기업이 자국 내 장비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으로 공급사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서다. 중국 기업보단 한국 기업이 유리하다는 게 이 전문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 장비 기업의 단출한 제품 포트폴리오, 신뢰성 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 대비 한국 기업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위상도 국내 장비 기업엔 기회 요인"이라고 말했다.
단 그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선 기술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분석한 주요국 반도체공정·장비 기술 수준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장비 기술격차는 1~2년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장비 기업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있어서다. 이 전문위원은 "반도체 기업은 가격경쟁력보다 검증된 기술·기업·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우위가 예상된다"면서도 "기술격차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에 앞으로 3~5년이 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