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용 SK하이닉스 부사장 "저전력 메모리로 환경 문제 해결"

차세대 메모리 출시될 때마다 10% 에너지 절약 달성 올해 상반기 D램 차세대 제품 개발 예정

2021-02-03     김동원 기자
차선용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 30년간 기술개발을 통해 자동차가 지구 두 바퀴를 돌 수 있는 전력 소모량을 절감했다.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전송하면서 에너지 절약을 실현할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 차선용 SK하이닉스 D램 개발 담당 부사장은 3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1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메모리 사업에서의 경제, 사회, 환경 지속가능성(Economic, Social, and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 Memory)'을 주제로 발표한 차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기술 발전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DDR4에서 DDR5로 전환하면서 국내 모든 가로등을 1년 이상 켤 수 있는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는 각 기술 단계마다 10% 수준의 에너지 절약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 소모량을 더 감소시킬 수 있는 D램 차세대 제품이 올해 개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정보통신(ICT) 기술 발달과 함께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5년 내 2배 이상 성장한다는 게 차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에 그는 데이터 수요에 비해 메모리 칩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그는 데이터 사용량 급증으로 전력 소모까지 크게 늘면서 각종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년에 온라인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은 우리나라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 사용량의 4배 수준이다. 30분 동안 비디오 영상을 시청하면 1.6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차 부사장은 "데이터 처리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은 메모리 장치를 개발하는 입장해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항"이라며 "결국 각종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반도체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용량 확대, 데이터 처리 속도 상승, 전력 소모 감소 등 세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적용되는 기술은 공정 미세화(Scale down)와 단수 확장(Stack up)이다. 차 부사장은 두 공정 기술 발전으로 많은 부문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효율을 이룰 수 있는 대표 메모리 제품 사례로 고성능컴퓨팅(HBM, High Bandwidth Memory)과 울트라로우파워메모리(ULM, Ultra Low power Memory), 액셀러레이션인메모리(AiM, Acceleration in memory)를 소개했다. HMB과 ULM, AiM은 IT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온칩(SoC)과의 융합을 통해 메모리와 프로세서 간 데이터 교환 거리 축소로 전력 소모 감소를 달성했다.

HBM은 실리콘관통전극(TSV) 패키징 기술로 D램 다이를 수직으로 4~8개 쌓는다. 쌓인 만큼 프로세서와 간격이 줄어들고 대역폭도 증가한다. 차 부사장은 이 방식을 통해 1024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D램(최대 32개)보다 32배 높은 전송량이다. 그만큼 전력 소모도 절약된다. 약 40% 이상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 기술을 2013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ULM은 SoC 안에 들어가는 메모리 기술이다.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기 위해 기획된 맞춤형 제품이다. S램 대비 100~1000배 정도 용량 증가가 가능하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HBM보다 4~5배 높다. 설계 면에서 HBM보다 SoC와 더 가깝기 때문이다. AiM은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이 아예 메모리에 포함됐다. 그만큼 연산속도가 증가하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차선용 부사장은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기술 가속화로 앞으로 사용되는 데이터가 급증해 메모리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반도체 장치 및 소프트웨어 업체, 학계와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