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TCL, 무기물 퀀텀닷 직접발광 디스플레이 패널 개발

연간보고서에 "31인치 H-QLED 패널 개발" 프린팅공정으로 퀀텀닷(빨강·초록),유기재료(파랑) 전계발광

2019-03-21     이종준 기자
중국 업체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시도하지 못한 퀀텀닷 재료 직접 발광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아직 시제품인 것으로 파악된다. 상용화를 이룰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중국 기업이 도전적 연구 과제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도 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 전자업체 TCL집단(TCL企业)이 지난 20일 공시한 '2018년 연간 사업보고서'에서 31인치 H-QLED(하이브리드QLED) 패널을 주요 개발 성과로 꼽았다. TCL집단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CSOT의 모회사다.  TCL집단은 보고서에서 "퀀텀닷과 유기재료 각각의 장점을 살려 만든 전계발광(电致) 디스플레이"라며 "프린팅 공정을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TCL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9'에서 H-QLED 디스플레이를 전시한 바 있다. H-Q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진 'QD-OLED'와 퀀텀닷 발광방식이 다르다. H-QLED는 전계발광으로 빛을 내고 QD-OLED는 빛발광을 사용한다. 퀀텀닷 입자에 전기를 흘려 빛을 내는 방식을 전계발광(EL, Electroluminescence)이라고 한다. 빛발광(PL, Photoluminescence)은 비교적 낮은 파장·높은 에너지를 갖는 빛(통상 파란빛)을 퀀텀닷 입자에 조사해 특정 파장(색)의 빛이 나오게 하는 방식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퀀텀닷 필름을 적용한 LCD 디스플레이로 프리미엄 TV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다. 퀀텀닷 필름 속,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퀀텀닷 입자가 백라이트모듈에서 나오는 파란빛을 받아 각각 빨간빛과 초록빛을 내고, 이렇게 파랑·빨강·초록 빛이 한데 합쳐진 흰색빛이 컬러필터를 통과하며 화소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퀀텀닷만 놓고 보면, 'QD-OLED'는 광원(线光源)만 백라이트모듈 대신 유기재료로 바꾼 셈이다. 필름이 아닌 컬러필터에 퀀텀닷 입자를 넣는 등 여러가지 기술 변화가 뒤따를테지만, 빛발광이라는 발광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이를 두고 경쟁 패널업체 임원은 "삼성 QD-OLED는 OLED의 일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기를 통해 발광하는 부분이 유기재료라는 측면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TCL이 밝힌 'H-QLED'는 빨강과 초록에 무기물인 퀀텀닷을, 파랑에는 유기재료를 사용해 셋 모두 전계발광으로 빛을 낸다. 전면발광(Top Emission)구조에 프린팅 공정으로 발광재료를 올렸다. 국내 퀀텀닷 소재업체 관계자는 "솔루블(용액)방식은 물질 특성상 무기물인 퀀텀닷이 유기재료보다 적용하기 편하다"며 "파란빛을 내는 입자는 크기가 작아 전계발광을 위한 겉표면(쉘)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H-QLED 기술이 TCL의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언론에 공개된 세부 사항은 4K(3840*2160) 해상도, 150니트(nit) 밝기, 50% 개구율(AR) 등이다. 국내 유기재료업체 관계자는 "국내를 비롯해 여러 패널 업체들 모두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있지만 문제는 수준"이라며 "100니트대 밝기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TCL의 H-QLED 디스플레이는 중국 '국가 프린팅·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혁신센터' 수행기관인 광둥쥐화프린팅(江西聚华设计印刷)에서 개발했다. 중국기업정보업체 치차차에 따르면, CSOT가 광둥쥐화프린팅 지분 54%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패널업체 티엔마(Tianma)도 2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CSOT는 100% 자회사 차이나레이(China Ray, 华睿光电技术)를 통해 OLED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기상증착용 빨강·초록 유기재료와 솔루불 초록 유기재료가 세계 일류 수준에 다달았다"며 "작년부터 중국내 패널업체에 양산·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TCL집단은 올해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업 구조조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인 9곳에 대한 보유 지분을 47억6000억위안(약8000억원)에 TCL홀딩스로 넘기는 안이다. 휴대폰, TV, 가전 등 세트사업을 떼어내고 CSOT 등 디스플레이 부품 사업에 집중하려는 목적이다. TCL집단은 작년에만 비핵심 자회사 39곳을 쳐냈다. 리둥셩(李东生) TCL 회장은 “연결기준 매출은 크게 떨어지겠지만 주식발행으로 자금을 모으지 않고도 디스플레이에 추가 후속·증설 투자를 할수 있는 자금을 모으게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