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SK' 미국 조지아 공장 두고 신경전
조지아 주지사 바이든 대통령에 서한
LG는 SK 대신 조지아주 공장 인수 제안
2021-03-14 이수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EV)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 이후 대통령 거부권과 미국 경제에 끼칠 영향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조지아 주정부는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관련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켐프 주지사는 "미국 내 주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운데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건설된 유일한 공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장이 앞으로 2600명을 고용하고 SK가 공장을 짓기 위해 투자하는 26억달러(약 2조9500억원)는 조지아주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ITC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미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켐프 주지사는 "SK 공장 '미국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고 지역 노동자에게 고소득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게 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에 정확히 부합한다"며 당위성을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 공장이 미국 경제 발목 잡기라면 직접 해당 공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지역매체인 AJC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주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외부 투자자가 SK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 시장에 독자적으로 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 투자금액을 크게 넘어선다. 이런 상황에서 조지아 공장 인수 의사까지 밝히며 '돈'과 '명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에 올해 상반기까지 최소 2곳 이상의 신규 배터리 공장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업 적합성 검토와 이사회 의결 과정 등을 신속하게 거쳐 본격적인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조지아 공장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 매각하더라도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양측의 배상금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 입장에서 LG가 요구하는 3조원 내외의 배상금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 정도 돈이면 차라리 미국 공장을 매각하고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