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모델에 최적화된 칩이 필요하다"

획기적인 사고와 또 다른 도구 출현의 필연성

2021-04-05     디일렉
글 : 강민우 그래프코어 한국 지사장  지난 3월 24일부터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엑스포 2021'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행사가 성공리에 종료됐다. 이번 AI 엑스포에서는 AI를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구로 표현했다. 18세기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던 산업혁명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AI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역시 각기 다른 나라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 기업체 가운데 3.6% 정도만이 AI 기술을 도입했다고 한다. 반면, 미국통계국은 미국 기업의 8.9%가 AI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AI의 발전이 미래의 중요한 경제 동력으로 여겨지고, 각국의 정부가 AI의 도입을 서두르기 위한 국가 전략을 개발함에 따라 이 수치 역시 계속해서 재검토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00여개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한다는 구체적이고 야심 찬 AI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의 중심은 기술이었던 만큼, 한국은 기술 혁신과 이를 위한 도구의 필요성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AI 슈퍼파워로 도약하기 아주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부터 농업, 산업 및 전자 혁명에 이르기까지 인류 진보의 모든 주요 순간은 새로운 도구의 출현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역시 다를 바 없다.  AI는 전적으로 컴퓨터에 의존한다. 특히 오늘날의 AI는 이전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컴퓨팅 시스템을 요한다. "최선의 답은 반드시 수치적으로 가장 정확한 계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정확한 근사치의 집합에서 나온다"는 점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AI에 핵심적인 이 개념은 기존 프로세서들의 설계 목적과는 맞지 않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더 많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시작했을 때 탄생했고, 모바일 기기로의 이동이 시작되면서 더 작고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 온 칩 실리콘이 개발됐다. 이런 면에서 AI 역시 새로운 유형의 컴퓨팅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 4차 산업혁명 또한 고유 요구사항에 맞춰진 새로운 도구를 필요로 한다.
AI
그렇다면 AI 시대에 맞춰 컴퓨터 시스템을 재고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 캐나다 철학자 마샬 맥루한은 "인간이 도구를 만들면, 그 후에는 도구가 인간을 만든다"고 말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 역시 "만약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도구가 망치라면, 모든 것을 못처럼 다루게 된다"며 비슷한 말을 했다. 이들은 가진 도구의 능력에 의해 인간의 사고와 혁신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AI에서 특정 기존 프로세서 유형을 사용할 때 이런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네덜란드 알고리즘 연구개발자 셀리마 컬시가 2021년 동료들과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이론적 확장성 수준에 도달하고자 할 때 가장 큰 한계점은, 모든 최첨단 딥러닝 프레임워크가 GPU에 최적화된 조밀 행렬 곱셈을 기반으로 하며, 희소 행렬 연산은 실질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항상 그 반대의 시도도 있다. 혁신가에게 AI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열 수 있는 그래프코어의 지능형처리장치(IPU)와 같은 도구가 주어지면, 그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현재 직면한 문제와 관련된 데이터에만 적용되고 있는 희소 계산의 가능성 탐색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는 현재의 기술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진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프코어는 자사 시스템을 4차 산업혁명의 '곡괭이와 삽'과 같은 개념으로 보고 있다. 많은 면에서 아직은 단조로운 도구일 수 있지만, 이러한 도구가 혁신가의 손에 주어졌을 때 그들이 사고와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발전과 혁신이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