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무선충전모듈 사업 매각 추진
켐트로닉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사 중
2020-04-09 이기종 기자
삼성전기가 무선충전모듈 사업을 국내 중견기업에 매각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무선충전모듈 사업을 전자부품, 화학 분야 전문 업체인 켐트로닉스에 매각키로 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액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무선충전모듈을 공급하는 영업권, 생산 설비 등이 인수 업체로 넘어갈 예정이다. 삼성전기 무선충전모듈 사업부 인력은 수십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후 직원 이직과 관련해선 최종 논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기의 무선충전모듈 사업 매각은 회사 경영 효율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무선충전모듈 사업이 포함된 모듈솔루션 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에 불과했다. 2016년과 2017년 영업이익률도 각각 1.2%, 2.8%에 그쳤다. 삼성전기는 2018년 연간 보고서에서 "모듈 사업은 고부가 모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렌즈·액추에이터 등 핵심부품 기반의 기술 차별화를 통해, 확대 중인 멀티 카메라 시장에서도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딜이 성사되면 켐트로닉스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켐트로닉스의 전자사업부 소속 무선충전사업은 스마트폰·전장용 무선충전모듈을 개발·생산해왔다. 이 회사 제품은 이미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에도 들어간 바 있다. 자동차업체인 르노삼성, 쌍용차, 제너럴모터스(GM) 등에도 무선충전 제품을 공급했다.
전자사업과 화학사업으로 구성된 켐트로닉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3377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이다.
한편 이번 삼성전기 무선충전모듈 사업 인수를 놓고 켐트로닉스와 경합을 벌였던 곳은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전문인 엑시콘 계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명배 엑시콘 회장은 와이아이케이를 자회사로 둔 샘텍의 대주주다. 와이아이케이는 지난 2016년 삼성전기에서 반도체용 테스트 부품소재 사업을 인수한 바 있지만 이번 딜에서는 켐트로닉스가 우선 대상자로 선정됐다.
삼성전기의 사업부 분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빅솔론(프린터 부품·2002년)을 시작으로 파트론(전자소자·2003년), 에스맥(터치스크린·2004년), 나노스(광학 필터·2005년), 아이엠(광픽업·2006년), 와이솔(표면탄성파 필터·2008년), 솔루엠(파워·튜너·전자식 가격표시기(ESL)·2015년) 등이 차례로 분사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