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엔티, 프랑스 최대 배터리사 사프트에 전극공정 장비 공급
도레이, 히라노 등 일본 업체 제쳐
2021-05-25 이수환 기자
국내 중견 배터리 장비사 피엔티가 프랑스 최대 배터리 업체인 사프트(SAFT)와 거래를 텄다. 양극과 음극을 만들어 주는 전극공정용 장비가 대상이다. 도레이, 히라노테크시드 등 일본 업체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피엔티는 프랑스 사프트가 사용할 코터 장비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극과 음극용 장비를 모두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장비는 하반기부터 프랑스 남부 보르도 지방의 네르삭(Nersac)에 마련될 파일럿 라인에 쓰인다. 최대 6기가와트시(GWh) 규모다. 수주액은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사프트가 사용할 피엔티 코터 장비는 고속‧광폭 기술이 접목됐다. 최대 1400mm 폭의 집전체(동박, 알루미늄박)에 분당 120미터의 속도로 활물질을 코팅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 정도 사양으로 양산 검증을 받은 업체는 피엔티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사프트가 눈여겨본 이유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프트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 산하의 배터리 기업이다. 현재까지 구체화된 유럽 현지 배터리 업체 가운데 스웨덴 노스볼트 다음으로 추진 속도가 빠르다. 노스볼트의 경우 코터 장비 절반을 히라노테크시드, 나머지를 국내 업체인 씨아이에스가 담당했다.
업계에선 양산용 배터리 장비 원조격인 일본을 배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도 히라노테크시드 장비를 적잖이 사용 중이다.
사프트는 양극과 음극에 모두 피엔티 장비를 사용한다. 파일럿 라인에 장비를 공급했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양산용 장비도 모두 피엔티가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수주액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PSA그룹(푸조-시트로엥) 산하 오펠은 독일에 연산 24(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오는 2023년 양산 계획이다. 배터리 기술을 사프트가 담당한다. 프랑스에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 64GWh까지 증설이 이뤄진다. 전체 투자액이 50억유로(약 6조4200억원)에 달한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배터리 산업에 32억유로(약 4조1800억원)의 보조금 지급이 결정됐다. 제대로 배터리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현지에선 노스볼트보다 사프트가 더 빨리 배터리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프랑스가 르노, PSA그룹이라는 완성차 업체가 있어 독일과 함께 최대 배터리 생산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