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내년 말까지 대형 LCD 생산 연장"
임직원에 공지 메일 발송
'LCD 패널 수급난' 삼성전자 VD 사업부 요청 반영 풀이
2021-05-27 이기종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내년까지 가동하는 방안이 유력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지난해까지 LCD 사업에서 철수할 예정이었지만 삼성전자 요청으로 LCD 패널을 연장생산해왔다. 이번에도 LCD 패널 수급난을 겪는 삼성전자 요청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25일 회사 대형사업부 임직원에게 '내년 말까지 대형 LCD 연장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레터)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최주선 사장이 임직원에게 'LCD 연장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업계에선 '긍정 검토'로 풀이한다.
지난해 6월 시작된 LCD 패널 가격 상승세가 지금도 여전하고, 패널 판가가 하락반전할 시점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에서 TV를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삼성디스플레이에 LCD 패널 연장생산을 요청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최주선 사장이 LCD 패널 연장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L8-2 라인을 내년에도 가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찬가지로 LCD 패널을 생산하던 L7-2는 지난 3월 가동을 중단했다. L7-2는 지난 4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일정으로 LCD 제조설비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는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이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패널을 내년에도 생산하면 삼성전자 VD사업부는 BOE 등 중국 패널 업체를 상대로 한 협상력이 커진다. 최근 전세계 LCD 패널 시장은 중국 BOE와 CSOT 양강체제로 재편돼 두 업체 입김이 커졌다.
중국 패널 업체는 그간 LCD 패널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저가 경쟁을 벌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패널 업체가 사업 규모를 큰 폭으로 축소하자 최근 패널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등 핵심부품 공급 차질도 패널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서도 LCD 패널을 공급 받지만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이달 말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라인 연장가동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주선 사장이 25일 임직원에게 LCD 패널 연장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기 때문에 며칠 안에 최종 확정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2분기가 전통적으로 IT 제품 비수기여서 현재 데이터를 기준으로 LCD 라인 연장가동 여부를 결정하긴 어렵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빡빡해진 LCD 패널 수급 상황 때문에 패널을 미리 확보하려는 '가수요'가 빠지면 LCD 패널 가격 상승세도 꺾이거나 하락반전할 수 있다.
대형 LCD 패널 연장생산 가능성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회사 이익을 우선 고려하고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내년까지 LCD 생산을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까지 국내와 중국 7·8세대 LCD 라인을 모두 정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의 8세대 LCD 라인은 이미 CSOT(TCL)에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