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휴대폰 접는 LG, 특허는 남겨두나
2022-06-07 박혜진 PD
한: 오늘 이기종 기자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안녕하세요.
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하면서 사업 철수야 뭐 철수라 치고 갖고 있던 특허, 그동안 개발해왔던 특허들, 또 통신 특허들도 꽤 있기 때문에 그것을 팔 것인지 보유할 것인지 이런 거에 대한 궁금증이 좀 있어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이: LG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만든 MC사업부에서는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특허는 보유하는 것으로 그때 결정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특허가 당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작다고 봐야 하고 대신 LG전자 내부에서 이 특허로 어떻게 수익화를 최대화할 것인가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을 겁니다. 검토한 다음에 다시 경영진의 판단을 받아서 집행하려면 최소한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수익화라고 하는 것은 어떤 걸 얘기하는 겁니까?
이: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할 수도 있겠고.
한: 우리가 미리 걸어놓은 주요한 특허에 대해서 돈 내라?
이: 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하진 않는데 자회사를 만들어서 거기다 특허를 몰아주고 거기서 특허 소송을 계속 제기하는.
한: 말하자면 NPE(특허관리전문기업) 같은 것을 할 수도 있다?
이: 네. 일본에서 그렇게 하는 업체도 꽤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게 거의 없는데 좀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수익화를 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할 것 같습니다.
한: 팔 수도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보시기에.
이: 대량으로 파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LG전자 내부에서 검토한 다음에 일부 특허에 대해서 매각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판단을 한다면 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그게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특허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또 특허를 걸어 놓는다면 내가 반격의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겁니까?
이: LG전자에 여러 사업부가 있기 때문에 TV라든지 가전 쪽에서 중국 업체나 다른 업체들이 특허 소송을 걸어오면 LG전자가 가진 특허로 반격을 할 수가 있습니다. 너네 이런 식으로 우리한테 공격하면 우리도 너네한테 공격한다. 너네 특허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식으로 협상을 할 때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한: 사실 그런 방식으로도 쓸 수가 있겠지만, 어쨌든 누군가가 큰 금액을 주고 사 가겠다고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득실을 따져보고 팔 수도 있을 텐데 미국이 됐든 중국이 됐든 어디가 됐든 간에 말이죠. 근데 국내 언론이나 정치권이나 이런 쪽에서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그걸 팔았을 시, 그 특허를 갖고 타국에서 삼성전자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팔면 안 된다는 식의 논리도 나오고 있는 거 같던데.
이: 사실 이게 국익을 프레임으로 씌운 다음에 LG전자에 특허를 매각하면 안 된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건데 특허를 만드는 데도 굉장히 많은 연구 인력, 그리고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노력이 투입된 하나의 회사 재산권입니다.
한: 유지하는데도 비용 많이 들지 않습니까?
이: 네. 연차가 쌓일수록 특허 유지비는 계속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LG전자가 개발한 특허에 대해서 ‘국내 다른 업체를 공격을 하는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각하지 말고 보유해라’ 이런 것은 약간 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근데 국내에서는 누군가가 주로 우리는 공격을 당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특허 공격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예전에는 한국도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까 일본 거 많이 베껴오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특허도 많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이 특허 분쟁을 하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특허도 많이 좋아졌고 일본보다 한국 기업들이 특허 분쟁을 더 잘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예전과는 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좀 필요하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한: LG이노텍 같은 경우에는 참. LG전자 같은 경우는 ‘공격적으로 팔겠다’ 뭐 이런 얘기보다 유지 쪽으로 방점이 많이 찍히는 것 같은데 LG이노텍은 굉장히 공격적으로 팔고 있어요.
이: LG이노텍이 최근에 판매했던 특허는 무선 충전이라든지 LED 특허라서 국가 차원이라든지 정책 차원에서 반드시 보호해야 할 기술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그 특허를 갖고 있어봐야 돈만 나가니까 수익화를 하기 위해서 매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 이번에 페이퍼 컴퍼니에도 LED 관련 특허를 매각을 많이 했던데요. 중국 업체죠? 거기가?
이: 네, 중국 페이퍼 컴퍼니이고 레킨 반도체라고 하는 곳인데 중국 쑤저우에 본사가 있습니다. 작년부터 LG이노텍이 LED 특허와 설비를 중국 업체에 턴키로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 업체가 어딘지 계속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최근에 미국 특허 상표청에 자료를 보니까 레킨 반도체가 LG이노텍에서 미국 LED 특허를 1,968건을 사 갔습니다.
한: 얼마에 사 갔는지는 알 수 없죠?
이: 금액은 알 수 없는데 쑤저우 업체(레킨 반도체)의 자본금이 140억 원 수준입니다. 140억 원이 1,968건을 사 가는데 선수금 형태로 쓰이지 않았을까라고 추정은 하는데 전체 금액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한: 하긴 공산품처럼 가격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죠.
이: 특허를 사 가는 경우에는 특허를 사간 쪽에서 계약을 하고 이 특허로 해서 수익을 올릴 경우에 그것을 원 특허권자와 나눠 갖겠다. 이런 식의 계약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LG이노텍이 특허를 팔면서 어떤 계약을 했을지는 좀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문제이고.
한: 그 중국 업체는 어쨌든 법인 설립한지 얼마 안 있어서 바로 매입을 해간 거잖아요?
이: 레킨 반도체가 회사를 만든 것이 3월 초였고 법인 등록한 게 4월 20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특허를 매입한 게 5월 20일(미국 시간)이었기 때문에 3주일 만에 법인 등록하고 특허를 매입한 것인데 특허를 사들이기 위해서 급하게 법인을 설립한 것 같습니다.
한: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다시 그들이 그걸 또 딴 데다가 팔 수도 있는 겁니까?
이: LG이노텍이 이번에 매각한 LED 특허가 미국 특허 포함해서 10,0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레킨 반도체 같은 페이퍼 컴퍼니가 앞으로 팹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긴 하지만, LED 특허를 10,000건이나 보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특허를 재 매각하거나 아니면 실제 매입자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좀 나오고 있습니다.
한: LED 같은 경우는 이미 산업의 주도권이 한국에서는 서울반도체 밑의 자회사.
이: 서울바이오시스.
한: 그 회사가 칩을 많이 만들고 있고 서울반도체는 패키징 하고 서울반도체가 잘하고 있긴 한데 그쪽 계열이 다 지지부진했고 LG이노텍은 설비도 다 그쪽은 접은 거잖아요?
이: 작년 10월에 철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그러니까 특허를 매입하는 쪽도 주력 산업을 갖고 있는 나라로 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봐야 되는 겁니까?
이: 중국에서는 LED 업체에 대해서 산안도 포함해서 여전히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조금을 지원하다 보니까 중국 LED 업체는 대형 매장이나 이런 데 LED를 100개를 공급했다면 불량이 나면 1년 내 또다시 100개를 무상으로 제공을 해줍니다. 반값에 파는 건데 그런 식의 영업이 가능한 것이고 그러다 보니까 중국에서는 LED 업체들이 여전히 정부 보조금을 생각하면 조명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져간 것 같습니다.
한: 근데 아까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 폐지하면서 MC 사업본부 쪽에서 냈던 특허들을 해외 갖다 팔면 그 특허 갖고 특허 괴물들 소위 말해서 NPE들이라고 하는 회사들이 특허를 사서 국내 업체 공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 때문에 팔지 마라. 이런 식의 얘기들이 있다고 아까 말을 했는데 실제로 이노텍이 판 무선 충전 특허는 아일랜드에 있던 NPE가 사서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 제기를 했다면서요?
이: 스크래모지 테크놀러지(Scramoge Technology)라고 아일랜드 NPE가 있는데 저희가 방송도 하고 그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LG이노텍이 특허를 매각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특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상대가 애플, 삼성전자, LG전자가 있는데 LG이노텍이 LG전자에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계약에 포함했을 것이고 또 애플은 LG이노텍 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사이기 때문에 애플에도 특허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한 것 같습니다. 남는 업체는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에.
한: 참 그게 산업계 취재하다 보면 특허와 관련된 얘기들이 많고 특히 제가 어떤 대기업 반도체 회사의 대표 이사까지 하신 어떤 분이랑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다 보면 NPE들이 공격해 오는 것은 참 까다롭다고 해요. 왜냐면 오퍼레이션, 직접 사업을 하는 게 아니고 특허 공격만 하기 때문에 우리가 반격의 카드가 없다. 예를 들어서 사업을 하는 회사라고 한다면 우리도 같이 반격의 카드로 우리 거 뭐 침해했는지 살펴봐서 나도 한 대 때리면서 협상의 도구로 활용을 하긴 하는데 NPE들은 방법이 없죠.
이: 그것 때문에 미국에서 2012년에 특허법(AIA Act)을 개정하면서 그 특허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PTAB(미국 특허심판원)의 권한을 강화했습니다. 이전에도 특허 심판원이 있긴 했지만, 개정 법 이후에는 PTAB에서 훨씬 더 특허를 쉽게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해줬는데 몇 년 지나면서 NPE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또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근데 그 제도 때문에 특허 제도라는 자체가 무너지면 안 되는 것이고 특허 제도 자체가 만들어낸 게 일단 내가 특허를 내놓으면(등록하면) 일정 기간 동안 (독점권을) 인정해 주겠다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혁신이나 새로운 개발이나 이런 것을 독려하는 그 일정 기간 동안에는 그 특허로 인해서 제품을 만들든지 그걸로 돈을 벌어서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일정 기간의 베네핏(Benefit)을 주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전체 인류를 풍요롭게 해야 되겠다는 (것이) 특허 제도인데 NPE 때문에 무효를 좀 더 용이하게 만들게 한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네요.
이: NPE의 긍정적인 면을 보시는 분들은 NPE들이 그렇게 앞에서 활동을 하니까 특허에 대한 경각심도 강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좀 더 많은 것 같긴 합니다.
한: 특허 생태계에 계신 분들이야 그런 소송들이 많이 일어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일단 거기서 일이 많이 벌어져야지 그런 말씀들도 하실 것 같은데 NPE들을 상대로 특허 무효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들 이런 게 좀 많이 생기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언뜻 드네요. 말씀 듣다 보니까. 그런 회사들도 있습니까?
이: 특허 무효화를 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NPE의 특허를 무효화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생각해 보면 그런 성격의 기구나 조직이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한: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