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짓는다
리비안 등 현지 업체 대응 필요성 커져
2025년 양산 목표
2021-06-29 이수환 기자
삼성SDI가 미국에 전기차(EV) 배터리 셀 공장을 짓는다. 리비안 등 현지 완성차 업체 대응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미국에 배터리 셀 공장이 없었다. 배터리 셀을 들여와 모듈과 팩을 만드는 후공정 작업만 했다. 배터리 셀 공장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SDI가 진출한다면 국내 배터리 3사가 모두 미국에 배터리 셀 공장을 보유하게 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3년 생산 라인을 마련하고 2025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올해 내에 진출 방안과 투자 방향성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간 미국 진출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이었다. 생산 라인과 양산 시점이 구체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아직까지 투자 내용까지 결정된 것은 아니다. 공장을 건설할 지역과 합작사(JV) 설립 여부 등은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는 수요가 확실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신흥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 매출이 하반기부터 발생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USMCA 무관세 조항(역내생산비중 75%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현지 진출이 필수적이다.
과거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사례를 봤을 때 미국 진출은 매력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미시건 공장 투자를 결정한 2009년 당시 오바마 정부는 곧바로 보조금을 지급했다. 보조금은 1억5140만달러(약 1700억원)였다. LG가 투자한 비용(3억3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투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합작사도 고려될 수 있다. 리비안이 가장 유력하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와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완성차 시장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미국은 높은 출력이 필요한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수요가 강하다. 삼성SDI가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를 제대로 내세울 수 있다.
미국 배터리 시장 진출에 대해 삼성SDI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지난 6월 9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1' 행사에서 "미국 시장 진출 검토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