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EUV 적용 1a D램 첫 양산
삼성전자에 이어... 마이크론은 2024년 도입 계획
2021-07-12 한주엽 기자
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4세대 10나노급(1a) 8기가비트(Gb) 저전력DDR4(LPDDR4) 모바일 D램을 양산했다고 12일 밝혔다.
SK하이닉스가 D램 양산에 EUV 공정을 활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제품은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초 양산할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제품도 1a 공정 노드, EUV 기술을 활용해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이날 발표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첫째, EUV 공정의 성공적 도입이다. EUV는 극자외선을 활용해 빛을 투사하는 노광(露光) 기술을 의미한다. 이전 노광 기술인 불화아르곤(ArF) 액침(液浸, Immersion) 대비 해상력이 높다. 기존에는 낮은 해상력을 만회하기 위해 미세 회로를 두 번 이상(더블 패터닝, 쿼드러플 패터닝) 겹쳐서 그리는 기법을 활용했다. EUV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회로를 한 번에 그릴 수 있다. 다만 장비 등 인프라 도입 가격이 비싸고 첫 적용인 만큼 수율 등이 불안 요소였다.
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 ASML이 공급하는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15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고가인데다 양산에 활용하기까지 다양한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면서 "D램 업계는 이 때문에 1~4개 정도의 일부 중요한 레이어(층)에만 EUV를 쓴 뒤 점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SK하이닉스는 2025년 말까지 EUV 장비 확보에 4조7549억원을 순차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이번 칩은 올해 신규로 도입한 EUV 장비를 활용했다. 회사는 기존 보유하고 있던 연구용 EUV 노광 장비 두 대도 개조 업그레이드해 양산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 생산성 확대다. 반도체 업계는 10나노대 D램부터 세대별로 알파벳 기호를 붙여 부른다. 1a는 1x(1세대), 1y(2세대), 1z(3세대)에 이은 4세대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1a D램이 이전 세대(1z)의 같은 규격 제품 대비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D램 수량이 약 25%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만큼 원가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조영만 SK하이닉스 1a D램 TF장(부사장)은 "이번 1a D램은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이 개선돼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EUV를 양산에 본격 적용함으로써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3세대 격인 1z D램부터 EUV 공정을 적용했다. 1a에선 적용폭을 확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열린 2021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2024년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