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러스로직에 인수된 라이언반도체, SK하이닉스와의 아주 특별한 인연
CEO 김원영씨는 김종갑 전 하이닉스반도체 대표 아들
SK하이닉스 3년전 라이언에 35억 투자…10배 수익 올려
2021-07-14 한주엽 기자
미국 스타트업 라이언반도체가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화제다.
이 회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업체 시러스로직에 인수됐다. 거래가는 3억3500만달러. 한화 약 38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라이언반도체는 고속충전 등 모바일 기기용 전력관리반도체(PMIC)가 주력 매출원이다. DC-DC 컨버터칩도 전문이다. 오디오칩 전문 시러스로직은 이번 인수로 고성능 혼합신호 칩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이언반도체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인 김원영씨다. 김씨는 카이스트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같은 분야 석박사를 취득했다. 2013년 미국 버클리대 출신 존 크로슬리(John Crossley)와 샌프란시스코에 라이언반도체를 공동 창업했다.
미국 스타트업 라이언반도체의 엑시트가 국내서 화제인 이유는 CEO가 한국인이라는 점도 있지만, SK하이닉스와 특별한 인연을 가졌다는 점이 더 크다.
김원영 CEO는 2007년~2010년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를 지낸 김종갑 전 한국전력 사장의 둘째 아들이다. 김 전 사장은 산업자원부 1차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으로 2007년 2월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하이닉스와 지멘스 등 민간기업 CEO를 거쳐 2018년 4월 대형 공기업인 한전 사령탑을 맡았다. 한 관계자는 "(아들이 미국서 반도체 스타트업을 한다는 건) 김 전 사장 주변인들도 잘 몰랐던 사실"이라면서 "근래 이런 내용이 세간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원영 CEO와 SK하이닉스와의 인연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라이언반도체의 기술력 그 자체를 높게 평가해 지난 2019년 6월 35억3900만원 상당을 투자해, 라이언반도체 지분 5.42%(166만5121주)를 확보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인 월든인터내셔널, 애틀랜틱 브리지 등도 라이언반도체에 투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딜로 SK하이닉스는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배 안팎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라이언반도체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고객사이기도 하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200mm 파운드리 공장에서 라이언반도체 칩이 생산되고 있다. 청주에서 중국으로 공정 장비를 이전할 때도 라이언반도체 칩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얘기도 나온다. 라이언반도체는 NXP를 통해 삼성전자 무산사업부에 고속 충전 솔루션을 공급했다. 중국 샤오미에도 솔루션을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가 라이언반도체 고속충전 칩 등을 제품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술력은 관련 업계에선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시스템반도체 기업은 1세대 혹은 2세대 국내파 반도체 인사가 창업한 회사로 규정할 수 있다"면서 "근래 2~3년 사이에는 이른바 해외파 '젊은 피'들이 큰 그림을 그리며 투자도 대규모로 받고, 라이언반도체처럼 성공적 엑시트 사례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