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부터 전기차만 팔겠다는 EU가 그리는 '미래 배터리'
'게임 체인저'를 꿈꾸는 유럽의 배터리 로드맵
2022-07-20 이상원 기자
전세계는 지금 전기차 전쟁 중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에 '올인' 중이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 전쟁은 점점 확전되는 양상이다. 최근 유럽이 불을 더 크게 지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5년부터 유럽 내에서 내연기관 엔진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EU 회원국들의 수용 여부가 변수지만, 대세는 이미 굳어지는 듯 하다.
EU의 야심찬 계획 발표를 전후해 완성차 회사들, 특히 유럽지역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2025년까지 전기차 개발 및 양산에 300억 유로(약 4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매머드급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이지만, 대규모 투자로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볼보와 포드는 2030년, GM은 2035년에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완전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2040년이 목표다.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에 맞춰 배터리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배터리는 한국, 중국, 일본 기업들이 3강 체제를 유지 중이다. 생산물량과 제조기술 측면에서 그렇다. 이런 3강 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 앞으로 어떻게 바뀔 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독일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회사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SNE리서치는 EU가 지난해 발표한 '유럽 배터리 2030+' 프로젝트와 관련한 심층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펴낸 보고서다.
'유럽 배터리 2030+'는 지속가능한 배터리 개발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유럽에서 진행 중인 장기 연구 개발 프로젝트다. 전기차를 위한 성능 좋고 값싼 배터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배터리의 친환경성을 높이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프로젝트는 총 6가지 핵심분야로 추진된다. △배터리인터페이스게놈 △재료가속플랫폼 △센싱 △자가복원기술 △제조용이성 △재활용성 등이다.
먼저, '베터리인터페이스게놈(BIG)'은 현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으로 평가받는 수명과 안전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해질과 전극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분석해 화재에 취약한 전해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생물의 유전 정보 총합을 의미하는 게놈(genom)을 분석하는 것 처럼, 배터리 인터페이스의 모든 것을 밝히는 게 목표다.
'재료가속플랫폼(MAP)'은 배터리 재료 발굴 및 개발을 위한 연구다. 현재 개발 프로세스는 신재료 발굴에서 상용화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MAP는 인공지능, 모듈화, 로봇공학 등을 활용해 그 기간을 단축하는 게 목표다.
'센싱(Sensing)'은 배터리의 품질, 안정성, 수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배터리 셀 내부에 스마트 센서를 추가하는 방안이다. 배터리 내부에 들어가기 때문에 화학 코팅된 센서를 개발해야 한다. 향후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배터리 통합 관리를 이룰 수 있다.
'자가복원기술(Self-healing)'은 유기체의 자연회복 방식을 배터리에 접목해 수명과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복원 물질을 보유한 마이크로캡슐을 배터리 내부에 첨가하는 방법 등이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로캡슐 방식은 배터리의 전도율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배터리를 사용하면 전도율이 감소한다. 전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복원 물질을 보유한 마이크로캡슐이 터져 전도율 회복 물질을 뿌린다. 이 방식은 연구가 완료된 방식이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았다. 배터리는 용량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데, 마이크로캡슐을 첨가하면 그만큼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낮아진다. 다른 방식도 개발 중에 있지만 아직 연구 초기 단계다.
'제조용이성(Manufacturability)'은 고성능, 고효율, 친환경 배터리 셀 설계를 위한 종합적인 설계를 의미한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은 높은 수준의 최적화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재료와 셀이 낭비된다.
제조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셀 형성 단계부터 폐기물을 줄이고 공정 비용을 낮춰야 한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의 개발과 물리적 모델링 도구 개발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재활용성(Recylability)' 이다. 2030년까지 배터리의 전 분야를 친환경적으로 만들려면 고효율 배터리 분해 및 재활용 기술 개발이 필수다. 높은 재활용률과 적은 탄소 발생률, 경제성을 갖춘 단순하면서 저렴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배터리의 완전한 재활용을 이루려면 많은 벽을 넘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높은 안전성을 목표로 설계됐다. 재활용을 위해 배터리를 분해하는 작업은 안전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높은 재활용 비용도 문제다. 복잡하게 설계된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 배터리의 활성 물질은 오래 사용할수록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대체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이같은 EU의 '배터리 2030+ 로드맵'이 계획대로 완성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 계획대로 된다면 차세대 배터리의 표준을 정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도 높다. 2030+ 로드맵은 EU가 꿈꾸는 미래 배터리의 '게임 체인저' 플랜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