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 생산장비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 12월로 연기
"사실상 수출제한" 반발 많아
정부가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장비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려 했으나 관련 업계와 이해관계자 반발로 이를 연기했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반도체와 OLED 생산 장비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개정·고시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산업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각 분야에서 여러 차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최근 이 결정 시기를 오는 12월로 미뤘다.
“사실상 중국 수출을 막겠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관련 업계 이슈로 떠오른데다 국회에서도 관심을 보인 것이 연기 이유로 보인다. 개정·고시 작업을 밀어붙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정부와 일부 대기업은 작년 말 중국으로 산업기술이 빈번하게 유출된다고 판단, 국가핵심기술 목록에 ‘OLED 장비 기술’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른바 ‘톱텍 사태’로 엣지 OLED 패널 생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다고 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히 강한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반도체 장비도 국가핵심기술로 슬그머니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은 ‘30나노 이하급 D램에 해당되는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 등 7개다. 7개 항목 일부에 ‘장비’라는 단어를 추가하려 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국가핵심기술 항목에 장비라는 단어가 포함되면 중국 등으로 수출을 하려 할 때 정부 승인을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기술은 승인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신고 사항이다. 장비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하는 대부분 중견, 중소 장비 업체가 수출 시 정부를 대상으로 승인 혹은 신고 작업을 해야 한다.
장비 업계에선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수출 규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수출 승인 등은 2~3개월마다 한 번씩 열리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해외 고객사의 대응이 어려워진다.
대기업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끼리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핵심기술 보호와 중국 수출이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라는 이름의 ‘밀실’에서 은근슬쩍 논의하고 개정할 생각이었다가 시끄럽게 되자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면서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