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 생산장비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 12월로 연기
"사실상 수출제한" 반발 많아
2019-04-12 한주엽 기자
정부가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장비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려 했으나 관련 업계와 이해관계자 반발로 이를 연기했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반도체와 OLED 생산 장비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개정·고시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산업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각 분야에서 여러 차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최근 이 결정 시기를 오는 12월로 미뤘다.
“사실상 중국 수출을 막겠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관련 업계 이슈로 떠오른데다 국회에서도 관심을 보인 것이 연기 이유로 보인다. 개정·고시 작업을 밀어붙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정부와 일부 대기업은 작년 말 중국으로 산업기술이 빈번하게 유출된다고 판단, 국가핵심기술 목록에 ‘OLED 장비 기술’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른바 ‘톱텍 사태’로 엣지 OLED 패널 생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다고 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히 강한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반도체 장비도 국가핵심기술로 슬그머니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은 ‘30나노 이하급 D램에 해당되는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 등 7개다. 7개 항목 일부에 ‘장비’라는 단어를 추가하려 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국가핵심기술 항목에 장비라는 단어가 포함되면 중국 등으로 수출을 하려 할 때 정부 승인을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기술은 승인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신고 사항이다. 장비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하는 대부분 중견, 중소 장비 업체가 수출 시 정부를 대상으로 승인 혹은 신고 작업을 해야 한다.
장비 업계에선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수출 규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수출 승인 등은 2~3개월마다 한 번씩 열리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해외 고객사의 대응이 어려워진다.
대기업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끼리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핵심기술 보호와 중국 수출이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라는 이름의 ‘밀실’에서 은근슬쩍 논의하고 개정할 생각이었다가 시끄럽게 되자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면서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