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파운드리 대반격…2025년 1nm급 공정, 퀄컴·아마존 고객사 확보

팻 겔싱어 IDM2.0 로드맵 공개…2024년 2nm, 2025년 1.8nm 개발 차세대 공정 '나노' 대신 '인텔Ⅹ'로 표기…기술 초격차 전략 추진 퀄컴, 아마존 고객사 확보해 TSMC, 삼성전자 추격 본격화

2021-07-27     장경윤 기자
인텔이 2025년 1나노(nm)급 파운드리 공정을 개발한다. 또 퀄컴과 아마존을 새 파운드리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2강(強)'인 TSMC·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한발 더 나아가 추월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의 '수성', 인텔의 '공세'로 요동칠 전망이다.  인텔은 26일(현지시간) 반도체 공정 및 패키징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하는 '인텔 엑셀러레이트' 온라인 행사를 통해 이같은 전략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 행사에선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 3월 발표한 'IDM 2.0' 전략의 구체적 로드맵이 나왔다. IDM 2.0은 인텔이 종합 반도체 기업 (Intergrated Device Manufacture, IDM)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다. 핵심은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선발주자들과의 기술, 생산능력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것이다.

◆ "나노 대신 인텔X"…공정명칭 차별화

이날 인텔이 공개한 전략은 매우 공격적이고 도발적이다. 먼저 반도체 공정기술의 명칭부터 차별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인텔은 핀펫(22nm), 슈퍼핀(10nm) 등의 명칭을 사용했는데, 향후 개발하는 반도체 노드의 명칭은 '인텔X'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노드는 반도체 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의 선폭을 뜻한다. 이전에는 노드를 통해 선폭의 물리적인 거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었으나, 기술 고도화로 선폭이 10nm 단위까지 줄어들면서 노드와 실제 물리적인 수치와의 괴리감이 생기게 됐다. 현재 삼성전자, TSMC 등이 최첨단 공정에 붙인 5nm, 3nm 등의 명칭은 실제로 선폭과는 무관한 '상징적'인 의미다. 일례로 인텔의 10nm 공정 기술은 대만 TSMC의 7nm 공정과 성능 면에서 동등한데, 명칭 때문에 기술력이 뒤쳐진다는 식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기존 10nm 슈퍼핀 이후의 차세대 공정에 nm이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인텔7, 인텔4, 인텔3, 인텔20A, 인텔18A 등의 명칭을 사용한다. 올해 개발되는 인텔7은 10nm 슈퍼핀 대비 10~15% 향상된 전력 대비 성능을 갖췄다. 기존 7nm 공정은 인텔4로 부르기로 했다.

◆ 옹스트롬(0.1nm)급 최첨단 공정 개발

2024년부터는 나노를 넘어 '옹스트롬'을 의미하는 A를 공정기술에 붙이기로 했다. A는 옹스트롬(0.1nm)의 약자로, 20A를 nm로 변환하면 2nm가 된다.  인텔은 2024년에는 '인텔 20A'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공정기술인 리본펫과 파워비아를 개발한다. 리본펫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 GAA) 트랜지스터를 적용한 설계 구조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3면으로 활용하던 기존 핀펫 구조와 달리 모든 면으로 활용해, 세밀한 전류 조절과 더 높은 전력효율성 달성을 가능케한다. 파워비아는 웨이퍼 후면에 전력 회로를 배치해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인텔은 2025년 1.8nm에 해당하는 '인텔 18A'를 개발할 계획이다. 18A에는 2세대 리본펫 구조와 최첨단 EUV 기술인 'High-NA EUV'가 도입된다. High-NA EUV는 EUV 장비에 탑재되는 렌즈의 해상도를 더 높이는 기술로, 인텔이 업계 최초로 적용한다. 인텔은 이같은 공정 개발 로드맵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 유일의 EUV 장비 생산업체 네덜란드 ASML과의 협력을 공고히 할 방침이다. 인텔코리아 측은 "로드맵에서 발표된 최첨단 공정 기술은 이미 검증을 어느 정도 완료하고 개발에 들어간 상태"라며 "ASML과의 협력으로 EUV 관련 장비 및 기술 도입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 퀄컴, 아마존 새 고객사로 확보

인텔은 공정 차별화에 이어 새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소식도 이날 내놨다. 인텔이 밝힌 새 고객사는 퀄컴과 아마존웹서비스(AWS)다. 퀄컴은 2024년 개발 예정인 인텔 20A를 통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며, AWS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패키징 솔루션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건 퀄컴이다. 이날 인텔의 공식 릴리스 자료에 퀄컴 등 새 고객사를 언급한 문장은 단 한 줄이지만, 그 의미는 상당히 크다는 평가다. 퀄컴은 그동안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스마트폰 AP 칩을 생산했다.  인텔이 퀄컴을 새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점은 향후 초미세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삼성전자와 '뺐고 빼앗기는' 혈전을 치르겠다는 예고편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