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마그나, 합작사 출범도 하기 전에 노조부터 설립
창립총회 직후 곧바로 노조설립 추진
"경직된 한국의 노동시장, 마그나에겐 부담"
2021-08-05 양태훈 기자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전장 부품 합작사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하 LG마그나)'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아직 주요 경영진 선임과 조직 구성을 완료하지 않은 시점에서 노조가 먼저 생긴 것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노동조합 인천지부는 지난달 1일 열린 LG마그나 창립총회 직후 곧바로 LG마그나 노조설립을 추진, 같은 달 15일 인천시에 노조 설립을 신고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단일노조 설립만 신고된 상태"라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상위노조 가입 여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합작사 설립으로 기존 LG전자 노동조합 인천지부가 LG마그나 노조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일 뿐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사 합작사 지분거래가 당초보다 열흘 넘게 늦춰졌던 것을 고려하면 LG마그나 노조 설립은 생각보다 빠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아직 가동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LG마그나에 노조가 설립됐다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라며 "마그나 입장에서는 LG전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은 해외 기업이 국내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발간한 '2021 투자 환경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계 최고경영자들은 노사 현안까지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법정행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해외 기업들도 한국의 강성 노조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이에 투자를 꺼리는 문화가 존재한다"며 "이런 상태에서 LG마그나 노조설립은 좋지 않은 그림"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주식매매 절차가 당초 일정보다 늦춰진 게 노조설립과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LG전자에 앞서 현대차와의 합작사인 '위아마그나파워트레인'을 설립한 적 있는 마그나가 LG마그나의 노조설립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마그나는 위아마그나파워트레인을 통해 한국의 강성 노조를 이미 경험한 바 있고, 이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장 부품 시장에서 세계 3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마그나가 LG마그나의 실질적인 사업 주체인 것을 고려하면, 우려를 표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품 업계 관계자는 "과거 창원 생산직 노조의 대규모 파업 이후, LG전자 내부에선 생산직 노조를 우대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며 "LG마그나는 생산직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고, 해외 기업과의 합작법인인 만큼 고용안정을 위해 노조 출범을 서둘렀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LG마그나는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주요 경영진 선임 및 조직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초대 대표이사는 LG전자 VS 사업본부에서 전기차 파워트레인 사업을 맡아온 정원석 상무가 맡는다. 최고운영자(COO)는 마그나에서 아시아 지역 제품 생산과 품질 관리를 총괄했던 하비에르 페레즈 부사장이 내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