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스케이, LG에너지솔루션에 165억원규모 장비 직공급
LG엔솔 폴란드 공장에 라미네이션 장비 공급
LG전자 생기원 거치지 않고 LG엔솔과 직접 거래
2021-08-10 이상원 기자
디에스케이가 LG에너지솔루션과 대규모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통하지 않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직거래를 통한 공급이다. 이번 공급으로 디스플레이 불황으로 지난해 적자를 냈던 디에스케이가 이번 공급으로 흑자 전환을 이룰 지에 관심이 쏠린다.
디에스케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165억원 규모 배터리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라미네이션 장비를 공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에스케이의 라미네이션 장비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 들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7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브로츠와프 공장 생산능력을 100GWh로 확충하는 중이다.
디에스케이는 당초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네럴모터스(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에 라미네이션 장비를 공급하려 했지만 경쟁사에 밀렸다. 얼티엄셀즈에는 신진엠텍과 나인테크의 장비가 사용된다. 디에스케이 입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 장비를 공급하게 됨으로써 한숨 돌리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간 신진엠텍과 나인테크에서 라미네이션 공정 장비를 받아왔다.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면서 협력사를 다변화하기 위해 이번에 디에스케이 장비를 구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에스케이가 가세하면서 앞으로 세 업체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150기가와트시(GWh)에서 2025년 430GWh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에 디에스케이가 공급하는 장비는 라미네이션 공정에 쓰인다. 라미네이션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과 음극을 분리막과 붙이는 과정이다. 파우치형 배터리 업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만 이 공정기술을 사용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라미네이션과 스태킹 공정을 하나로 묶어 라미네이션&스태킹(Lamination & Stacking)이라 부른다. 라미네이션&스태킹은 배터리 셀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재를 정렬시켜 각각의 소재가 펄럭이거나 제대로 접히지 않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이번 장비공급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직거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간 LG 계열사들은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PRI)을 거쳐 장비를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협력사는 LG전자 PRI에 장비공급에 따른 수익 일부를 지급해왔다. 이에 비해 이번 디에스케이의 장비 공급 건은 LG전자 PRI를 거치지 않고 LG에너지솔루션과 직접 공급계약을 맺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장비 공급으로 디에스케이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수주는 디에스케이의 지난해 매출(326억원)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간 이 회사는 LG디스플레이에 본딩 장비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황이 좋지 않아 지난해 140억원의 적자를 냈고, 배터리 장비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디에스케이 측은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이 부진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대규모 계약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배터리 분야에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