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 피에스케이에 반도체장비 특허침해 선전포고
램리서치, 최근 베벨에처 장비 특허 침해 내용증명 발송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 피에스케이 신사업 제동 가능성
2021-08-11 이나리 기자
세계 3대 반도체 장비기업인 미국 램리서치가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인 피에스케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특허침해 관련 내용증명을 피에스케이에 보냈다. 소송전이 시작될 경우 피에스케이의 신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램리서치는 국내 대형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통해 피에스케이에 특허침해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다. 자사의 웨이퍼 엣지(끝단) 식각장비(베벨에처, bevel etcher) 기술 특허를 피에스케이가 침해했다는 게 골자다. 통상 내용증명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기 전 단계에 보낸다. 상대 측에 특허침해 사실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장이다. 때문에 이번 램리서치의 내용증명 발송이 특허침해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램리서치가 문제삼은 건 '베벨에처' 장비다. 이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경사면(Bevel)에 남아있는 금속, 비금속 막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 최근 12인치(300㎜) 이상의 대면적 웨이퍼와 미세공정으로 이행되는 추세에 따라 반도체 수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필수 장비로 꼽힌다.
원래 베벨에처 기술은 국내 업체인 소슬이 보유하고 있었으나 참엔지니어링이 소슬을 인수해 베벨에처 기술을 확보했다. 그러다가 2011년 램리서치가 참엔지니어링의 베벨에처 사업을 다시 인수하면서 특허권을 확보했다. 이후 램리서치는 베벨에처 장비를 사실상 독점해왔으나, 최근 피에스케이가 신규사업으로 베벨에처 장비를 개발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현재 베벨에처 시장 규모는약 3000억원으로 다른 반도체 장비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증권가에서는 피에스케이가 장비 공급처를 늘릴 경우 베벨에처 시장에서 약 30%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 900억~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피엔케이 전체 매출(2657억원)의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램리서치의 이번 내용증명 발송은 나홀로 독점하던 시장에 등장한 경쟁사를 향한 견제구이자, 시장진입을 막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램리서치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피에스케이는 현재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침해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는 특허회피 기술을 개발하거나, 정면으로 법률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램리서치와의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피에스케이는 신사업 추진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피에스케이는 PR 스트립(감광액 제거) 장비 업계 1 위이며, 드라이 클리닝(산화막 제거) 장비 등 전공정 장비에 주력해 왔다. 최근 신규 사업으로 베벨에처 장비를 개발해 SK하이닉스 양산라인에 이미 공급했고, 삼성전자에서 테스트를 받으면서 성장세를 타고 있는 중이었다. 소송으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패소하게 되면 기존 장비공급 거래망이 끊길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램리서치와 피에스케이의 특허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장기화될 것"이라며 "피에스케이 입장에선 특허무효 소송 등을 제기할 수밖에 없어 최종 판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에스케이 관계자는 "램리서치의 내용증명 발송 건과 관련해서는 회사 측에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