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법, 내연기관車 생태계 붕괴 가져올 수 있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기존 26.3%에서 35% 이상 상향 "급격한 전동화 전환, 생산여건 등 한계로 대량 실직사태 불가피"

2021-08-30     양태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자동차 업계가 2050년 친환경차 보급률을 97%까지 높이는 내용의 '기후위기 대응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국내 기업들의 친환경차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고려할 때 기존 내연기관차 관련 중소·중견 부품·소재 기업들이 고사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30일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 온라인 세미나에서 "기후위기 대응법의 탄소 감축안이 목표대로 진행되면 2025년에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대량 실직사태가 불가피하다"며 "급격한 전동화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대응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법)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35% 이상으로 상향한 게 골자다.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며, 향후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내달 중순께 발효될 예정이다. 김용원 상무는 "기후위기 대응법 내 2050 수송부문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면 3안에 전기동력차 97% 보급을 목표로 정했는데 이는 당초 정부와 협의한 무공해차 76% 보급과 비교해 매우 엄격한 수준"이라며 "이는 내연기관차 위주의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축시켜 부품 업계에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친환경차 생산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감축 목표를 높이는 건 수입차가 이를 대체하는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며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 목표를 385만대로 잡아도 2030년에만 전기동력차 60만여 대가 보급되어야 하는데 국내 생산능력은 40만여 대에 불과해 20여 만대는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기업들의 불만도 속출했다. 내연기관용 배관시스템을 생산하는 에스제이엠은 기후위기 대응법에 따른 급격한 전동화로 인해 기업 경쟁력 약화 및 대량 실직, 자동차 부품 생태계 붕괴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제이엠은 세계 2위 내연기관 배관시스템 제조사로, 세계 7개국 생산공장에서 GM, 포드, 폭스바겐, 토요타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홍복 에스제이엠 본부장은 서면을 통해 "통상 아이템 발굴 및 부품개발에 3~5년 정도 시간이 소요되고, 양산화를 위한 생산공정 개발 및 설비투자, 제품 출시까지 7~8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2030년 전동화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현재 목표대로 전동화를 진행하면, 2025년에는 대량 실직사태도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후발주자로서 미래차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될 경우에는 자동차 제작사와 납품기업 간의 생태계가 공고해지면 후발 업체들의 진입 축소될 가능성도 높다"며 "전동화 전환 정책 추진 시 업계의 전반적인 준비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기후위기 대응법이 상정된 것에 대응해 정부에 전기동력차 가격경쟁력 제고 및 생산비용 완화, 생산성 제고, 소비자 구매촉진, 전기동력차로의 효과적 전환을 위한 환경규제 완화 등을 담은 11개의 건의안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