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애플 폴디드줌 부품 공급 무산
애플, 2023년 아이폰부터 폴디드줌 적용 계획
LG이노텍 등 기존 공급망 통한 해결 가능성↑
특허 문제 여전...자화전자, 애플 공급망 진입 유력
2021-09-02 이기종 기자
애플이 2023년 적용 예정인 폴디드줌 부품 공급망에 삼성전기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간 시장에선 애플이 폴디드줌 특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기로부터 일부 부품을 조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애플은 LG이노텍 등 기존 공급망에서 폴디드줌 부품·모듈을 생산하고 특허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2023년 아이폰에 처음 적용할 예정인 폴디드줌 공급망에 삼성전기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폴디드줌이란 프리즘으로 빛을 꺾어 이미지센서에 전달하는 잠망경 형태 망원 카메라 모듈이다. 멀리 있는 피사체를 직접 당겨 찍는 광학줌 기술로, 단순히 이미지를 늘리는 디지털줌보다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스마트폰 망원 카메라에서 3배 이상 광학줌을 구현하려면 폴디드줌을 적용해야 후면 카메라 '카툭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0울트라부터 삼성전기가 만든 폴디드줌을 적용 중이다.
애플도 2023년 아이폰에 폴디드줌을 적용할 계획이지만 특허가 걸림돌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인수한 이스라엘 코어포토닉스가 폴디드줌 구조 특허를 선점한 데다, 삼성전기와 자화전자 등 삼성전자 공급망 업체가 폴디드줌 렌즈 배럴 이동에 유리한 액추에이터(구동계) 특허를 함께 보유하고 있어서다.
삼성전기 폴디드줌에 사용하는 볼 가이드(Ball Guide) 방식의 액추에이터는 볼이 굴러다니며 렌즈 배럴을 움직인다. 스프링으로 렌즈 배럴을 움직이는 애플 방식보다 구동속도나 정확성, 내구성, 배터리 소모 등에서 앞선다. 폴디드줌에서 렌즈가 많아지고 이미지센서가 커지면, 정교한 제어가 가능한 볼 가이드 방식이 유리하다.
때문에 시장에선 애플이 폴디드줌 모듈을 LG이노텍에서 공급받되, 볼 가이드 방식의 액추에이터나 렌즈를 삼성전기로부터 납품받는 형태의 절충안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삼성전기가 폴디드줌 액추에이터를 납품하면 애플의 기존 액추에이터 협력사인 일본 알프스와 미쯔미를 대체하게 된다. 애플로선 특허 문제를 해소하고 공급망 변화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당시 이러한 거래가 성사되려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고위층인 'C-레벨' 협상이 선행돼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애플로선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삼성전자의 계열사 부품을 신제품 핵심사양에 적용하긴 껄끄럽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애플의 폴디드줌 기능 강화를 직접 지원하도록 허용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폴디드줌 모듈이 아니라 부품을 공급해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
마침 애플은 지난 상반기에 자화전자의 광학식손떨림방지(OIS) 공장을 실사했다. OIS는 사진을 찍는 손의 흔들림과 반대 방향으로 렌즈를 구동해 선명한 피사체 촬영을 지원하는 부품이다. OIS는 초점거리를 자동 조절하는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와 통합돼 카메라 모듈에 탑재한다. 자화전자는 OIS·AF 통합 액추에이터가 주력품이다. 여기에 이미지센서와 기판을 결합하면 카메라 모듈이 완성된다.
애플이 자화전자 실사를 진행하면서 업계에선 애플 폴디드줌에서 삼성전기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화전자는 삼성전자·삼성전기 등과 OIS를 함께 개발해왔기 때문에 권리관계가 서로 얽혀 있어, 자화전자가 삼성전기를 통해 OIS를 애플에 납품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종합하면 애플은 자화전자를 공급망에 포함시키되 특허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애플은 삼성전자 폴디드줌 생태계 특허를 회피할 방법을 찾았거나, 아니면 라이선스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2023년 아이폰에 폴디드줌을 적용하려면 연말까지 제품사양과 공급망을 모두 결정해야 한다. LG이노텍은 폴디드줌을 개발 중이다.
동시에 LG이노텍은 코어포토닉스와 국내에서 진행 중인 특허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지난해 7월 LG이노텍은 특허심판원에서 코어포토닉스의 소형 망원 렌즈 특허를 무효로 만든 데 이어, 지난달 27일 특허법원에서도 코어포토닉스를 상대로 승소했다. 코어포토닉스가 자사 특허를 무효화한 특허심판원 결정(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특허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에서 코어포토닉스 법률 대리인은 법무법인 율촌이었다. 코어포토닉스는 현재 미국에서 애플과 특허침해소송 및 무효심판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