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원석 KAP 이사장 "무리한 전기차 전환, 국내 자동차 산업 무너뜨릴 수 있어"

"국회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법, 자동차 산업에 부담"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 적어...EU 집행위도 고심 많아"

2021-09-06     양태훈 기자
오원석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 이사장은 6일 <디일렉>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가 진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솔루션인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자칫 내연기관차 중심의 국내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며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기후위기 대응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법)'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35% 이상으로 높이고, 수송부문(자동차)에서는 2050년까지 전기동력차 보급률 97%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법이다. 오 이사장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0~12%를 차지하는데 무리한 전기차(배터리 기반) 전환 정책으로 140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실직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차나 수소전기차, 또 탄소중립연료로 불리는 e-퓨얼을 활용한 친환경차 등을 활용해 탄소중립 실천을 고민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법'이 통과됐습니다. 자동차부품 업계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들이 큽니다. 견해가 궁금합니다.

A.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전기차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전기차가 시내를 주행할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전기차의 배터리를 충전할 때 쓰이는 전기 자체를 만드는 과정(화력발전 등)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세상에 돌아다니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을까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Q. 미국, 유럽,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탄소중립 선언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각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모르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A. 팩트는 전기차만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오해란 말씀입니다. 유럽에서는 전주기적평가(LCA)를 통해 자동차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파악합니다. LCA 평가에서 예컨대 테슬라의 '모델S'보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심지어 코나 전기차와 코나 하이브리드를 비교했을 때도 코나 하이브리드차의 탄소 배출량이 더 적었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EU 집행위원회에서 2023년까지 LCA 평가 결과치를 제출할 것을 완성차 업체에 요구했습니다. 전기차로 인한 탄소배출이 정말로 '제로'인지 아닌지 직접 팩트를 확인하겠다는 거죠.

Q. 그러니까 전기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라는 건 오해라는 말씀입니까.

A. 정확한 연구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겁니다. 만약 EU 집행위에서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된 정책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적어도 전기차 자체는 탄소배출이 '제로'라는 오해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LCA 관점에서 분석한 자료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차는 27.5톤(t) CO2-eq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이지만, 80킬로와트(kWh)급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 및 재활용 방법에 따라 최대 28.2t CO2-eq의 배출량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차는 탄소배출이 제로라는 주장은 틀린 이야기란 것이죠.

Q. 그러나 전기차(혹은 전동화)가 완성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것은 분명합니다만.

A. 현실을 잘 봐야 합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전기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게 아닙니다.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는 또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만 해도 전기차 충전소가 많지 않아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주거의 상당 부분이 아파트인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단독 주택 주차장에 개인용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전기차 산업 육성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제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장기비전 요강'을 보면, 2035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5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보급률 5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습니다. 중국이 전기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것은 전통적인 자동차(내연기관차) 산업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를 포함해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조인트벤처도 설립해봤지만, 30년이 넘도록 경쟁력 있는 자체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중국이 위상을 떨치는 분야가 바로 스마트폰과 같은 전기·전자 기술입니다. 샤오미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최근 중국에서 500만원짜리 전기차가 만들어졌습니다. 벌써 20만대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나라가 과연 중국처럼 값싼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까요.

Q. 그럼 앞으로의 전기차 시장은 중국이 장악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까.

A. 이면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이 무서운 것은 전기차가 아닙니다. 원자재입니다.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배터리가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배터리 가격의 절반은 원자재가 차지합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리튬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아르헨티나와 호주에도 리튬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과 경쟁이 어렵습니다. 해발 4000미터(m) 공장에서 리튬을 추출해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가져온다고 할 때 벌써 운임에서 가격경쟁력이 벌어집니다. 또 리튬을 채취한다고 끝나는 일도 아닙니다. 이를 정련해야 합니다. 호주는 자국 자동차 산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리튬이 있어도 공해를 일으킬 수 있는 리튬 정련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코발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은 중국이 아닌 콩고입니다만, 중국이 상당히 많은 채굴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장량의 문제도 있습니다. 전기차 한 대당 5킬로그램(kg)의 코발트가 사용됩니다. 1억대의 전기차를 만들면 50만t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 700만t 중 600만t이 콩고에 있습니다. 특정 국가가 자원을 독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Q. 그러니까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은 위험하다는 뜻입니까.

A. 만약 전기차가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면 어떻게든 전기차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니라면 전기차가 진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솔루션인지 제대로 살펴보자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원자재 문제 등으로 한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주행성능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나 커넥티드 서비스 등에서 중국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0~12% 정도를 차지합니다. 무리한 전기차 전환 정책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140만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는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해내지 못한 것이 없습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의 품질 평가(제이디파워)에서 가장 많이 1등을 하고,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는 일본의 토요타를 제외하곤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기술력도 뛰어납니다. 수소전기차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갖춘 나라에서 스스로 산업을 붕괴시키는 법안을 만든다는 게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Q. 아무래도 자동차업계에 계신 분들의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으로서 느끼는 바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만.

A. 현대차, 기아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만 300개가 넘습니다. 이중 내연기관과 관련된 회사들이 30개만 문을 닫는다고 해도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무너집니다.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앞으로 10년 뒤에 생존할 수 없다면 차라리 지금 있는 공장이라도 파는 게 낫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가다간 한국 자동차 산업의 맥이 끊길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전기차로 이동했는데, 그때 가서 가격경쟁력이 없어 위기라고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차 사업을 육성하자고 해도 업의 계승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황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Q. 어쨌든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대응 방안은 없겠습니까.

A. 신재생에너지로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전기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내연기관차는 탄소중립연료로 불리는 'e-퓨얼(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든 e-메탄, e-가솔린, e-디젤 등의 합성연료)'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사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조용히 e-퓨얼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e-퓨얼에 대한 연구를 합니다. 올해 초부터 e-퓨얼 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e-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를 이산화탄소 등과 결합해 만듭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쓰니까 친환경적입니다. 화학구성도 석유와 같아 내연기관차에 바로 쓸 수 있습니다. 효율도 좋습니다. 휘발유 엔진효율이 40% 정도면, e-퓨얼은 50% 정도 효율이 나옵니다. 문제는 생산비가 높다는 점인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국내외 정유사와 발전소 등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하기를 향후 10년 뒤에는 리터당 2000원 미만으로 e-메탄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고급 휘발유 가격 수준이지요. 전기차 요금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지금은 1kW 당 300원 정도지만, 보조금이 사라지면 가격이 순식간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전기차 자체에 대한 보조금까지 사라지게 된다면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게 될 겁니다.

Q. 자동차부품 제조사 코리아에프티 대표이사도 맡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코리아에프티 차원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A. 우리 회사는 오히려 러브콜이 늘었습니다. 유럽의 르노와 친환경 캐니스터(증발가스 재순환 장치) 사업에서 협력 중인데 내년부터 연 150만대 규모로 납품하기로 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하이GM과 협력하는데 2024년부터 납품할 물량에 대한 발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리차 산하 링크앤코와도 협력하고 있고, 볼보와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세계 4위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에게도 요즘 러브콜이 많습니다.

회사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해외 완성차 기업들은 코리아에프티와 친환경 캐니스터로 10년 뒤의 내연기관차에 대해 지속 협력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EU 집행위의 권고를 받아들이면서도 물밑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가솔린차와 디젤차를 판매하지 말라고 했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 게 아닙니다. 내연기관차 부품 개수는 3만개에 달합니다. 반면, 전기차 부품 개수는 1만9000개 정도입니다. 내연기관차 부품 3만개 중 60% 정도인 1만8000개가 공용 부품입니다. 기존에 1만2000개 내연기관차 부품을 공급하던 회사들은 급격한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1000개 부품만을 가지고 경쟁해야 합니다.

Q. 그럼 e-퓨얼을 활용한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국내 자동차부품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까.

A. 국내 부품 업체들의 경쟁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체 엔진을 만들어낼 정도로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 우리의 무대는 전 세계입니다. 그게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의 실력이고, 경쟁력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만 잘한 게 아니라 자동차 산업 종사자 모두의 힘입니다.

외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자동차부품 회사들에 갖는 신뢰감 또한 대단합니다. 양산까지 몇 달을 앞둔 상황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변경해도 우리 부품기업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밤을 새워 완벽한 제품을 공급합니다. 통상 이런 경우, 다른 나라의 기업들은 단가를 올리거나 합니다. 국내 부품사들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장인 정신을 갖고, 최선을 다해 물건을 만들고 완성차 업체가 제때 자동차를 출시할 수 있도록 부품을 공급합니다. 그게 우리의 경쟁력이고, 외국의 모든 OEM들이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도 e-퓨얼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계된 부품사들 역시 e-퓨얼로 인해 변화될 시스템에 대비할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