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枯死) 직전'에 몰린 삼성 스마트폰 렌즈 공급업체들

삼성 스마트폰 렌즈 시장 중화권 업체가 과반 차지 국내 렌즈 업체 작년 모두 적자...해성옵틱스는 철수 "LCD 전철 피하려면 삼성전자가 업계 챙겨야" 지적도

2021-09-28     이기종 기자
코렌
국내 스마트폰 렌즈 업체가 '고사(枯萎)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렌즈 시장에서 중화권 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내 렌즈 업체는 생존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중국 업체의 입김이 커진 LCD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삼성전자가 국내 렌즈 업계 생태계를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렌즈 공급업체 중 상반기 영업흑자를 올린 곳은 세코닉스(99억원)가 유일하다. 회사 주인이 바뀐 코아시아옵틱스(옛 디오스텍)와 지나인제약(옛 코렌)은 적자를 냈다. 한발 더 나아가 해성옵틱스는 이번 달 렌즈 모듈 사업에서 발을 뺐다. 세코닉스도 상반기 영업흑자를 냈지만, 스마트폰 렌즈보다는 완성차 업황이 회복된 게 주된 요인이다. 세코닉스는 회사 전체 매출에서 헤드램프 등 자동차 부품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 2019년부터 후면 멀티 카메라 모듈 적용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렌즈 업체는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업이익률이 감소세이긴 하지만 파트론과 엠씨넥스, 파워로직스 등 국내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협력사는 2019년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같은 해 국내 렌즈 협력사 성장폭은 크지 않았다. 지난해엔 모두 적자였다. 국내 렌즈업계의 위기는 대만 라간정밀과 중국 서니옵티컬 등 중화권 업체의 시장 장악 때문이다. 두 업체는 지난해 이미 삼성 스마트폰 렌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간정밀과 서니옵티컬은 국내 업체의 렌즈 생산능력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은 생산능력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라간정밀은 특허도 강점이다. 서니옵티컬은 수년 전만 해도 기술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험도 축적돼 기술력이 국내 업체를 앞질렀다고 업계에선 평가한다.
고사 위기에 몰린 국내 업체들은 각자도생을 시도 중이다. 22년 역사의 렌즈 업체 코렌은 지난 6월 사명을 지나인제약으로 바꾸고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해성옵틱스는 이달 초 렌즈 모듈 사업에서 철수했다. 당초 해성옵틱스는 카메라 모듈 사업만 철수할 계획이었지만 렌즈 사업도 포기했다. 업계에선 현 상황이 심화하면 국내 렌즈 업체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코닉스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 등 전장 비중을 늘리고, 코아시아옵틱스는 카메라 모듈 업체인 코아시아와 수직계열화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국내 스마트폰 렌즈 업체를 챙겨야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중화권 렌즈 업체에 부품 가격협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국내 렌즈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렌즈 모듈 사업을 지속하고 있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도 세트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부품을 직접 소량 생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렌즈 업계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삼성전자에도 부담"이라며 "중국이 시장을 장악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삼성전자도 국내 렌즈 업계를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LCD 시장을 중국 기업이 장악하면서 국내 세트 업체들이 중국업체 눈치를 보는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에선 삼성전자가 협력사에 렌즈 업체까지 직접 지정하면 카메라 모듈 업체의 가격 인하 압력이 완화할 것이란 해법도 제시한다. 삼성전자가 카메라 모듈 업체간 경쟁을 늘리고, 카메라 모듈 업체도 렌즈 가격을 깎으려 드는 현 구조에선 렌즈 업체가 수익을 남기기 힘들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