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헝다 파산위기에 전전긍긍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

윤성에프앤씨, 엠플러스, 유일에너테크, 원익피앤이 등 공급 계약 장비공급 아직 안한 곳 많아…직접적 파장은 작을 듯

2021-09-30     이상원 기자
이규성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集团·에버그란데)그룹이 파산 위기에 빠지면서 국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헝다그룹 계열사인 헝다자동차에 배터리 장비를 공급하기로 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걱정이 크다. 장비를 보낸 곳은 거의 없는 상태이지만, 계약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부동산에 이어 전기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19년 초 헝다자동차(Yangzhou Evergrande Neoenergy Technology Development)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했다. 이후 헝다자동차는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등 부품 공급에 나섰다. 국내 배터리 장비업체들도 지난해부터 헝다자동차와 공급계약을 맺었다.  현재까지 헝다자동차와 계약을 맺은 곳으로 알려진 업체는 윤성에프앤씨, 엠플러스, 유일에너테크, 원익피앤이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장비를 제작 중이지만, 아직 헝다 측에 장비를 공급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다. 배터리 생산의 첫 단계인 전극공정 장비는 윤성에프앤씨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장비 제작을 마쳤지만 자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중국으로 장비를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립공정 장비는 엠플러스와 유일에너테크가 공급계약을 맺었다. 엠플러스는 지난 2월 헝다자동차와 263억원 규모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계약금의 50%를 받았고, 장비 공급을 대기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추가 금액을 받은 뒤에 장비를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어 재정상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일에너테크도 상장 전인 지난해 헝다자동차와 계약을 체결했다.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유일에너테크의 지난해 매출액은 470억원 정도다. 화성공정 장비는 원익피앤이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헝다자동차와 173억원 규모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재 헝다자동차에 공급할 장비를 제작 중이다. 원익피앤이는 "헝다자동차와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만 밝혔다. 현재 헝다그룹은 소유 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회생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헝다자동차의 경우 중국 내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헝다그룹이 파산할 경우 국내 업체가 맺은 장비공급 계약은 파기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헝다그룹의 상황이 국내 배터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 업체 한 관계자는 "궈쉬안이나 CALB 등 규모가 큰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달리, 헝다자동차는 배터리 사업을 이제 시작하려는 단계"라며 "헝다의 상황이 국내 배터리 산업에 딱히 큰 영향을 끼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에서 헝다그룹으로 이직한 인력도 상당수다. 직원 800명 규모의 헝다그룹 글로벌배터리연구소에는 이준수 전 SK그룹 배터리연구소장, 이규성 전 LG화학 배터리팩 개발센터 사장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 전문가들이 간부진 및 연구·개발(R&D) 분야에 대거 포진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