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6개월 남은 강창진 세메스 대표의 이례적 '인재 영입' 행보
주초 해외 인재 영입 등 위해 미국 출장 나서
반도체 식각장비 분야 시니어급 인재 영입 관측
내년 3월 임기 만료 앞두고 이례적 행보란 평가
2021-10-01 장경윤 기자
국내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세메스 강창진 대표가 최근 미국 출장길에 나섰다. 협력사 미팅 및 현지 인력 채용을 위한 출장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식각장비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니어급 전문인력을 채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강창진 세메스 대표는 이번 주초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출장 목적은 미국 내 협력사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현지에서 시니어급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강창진 대표가) 출장기간에 해외 반도체기업에서 식각장비 분야 등의 전문가를 '외부 수혈' 하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는 반도체 세정·식각 장비와 디스플레이 장비를 만드는 국내 최대 장비 전문기업이다. 매출의 대부분은 삼성에 의존하는 구조다. 올해 1분기 기준 세메스 전체 매출에서 삼성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 비중이 98.3%에 달한다.
세메스의 주력 중 하나가 식각장비다. 이 장비는 주로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정에 쓰인다. 기존 삼성전자의 식각 공정에는 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TEL) 등 해외업체들의 장비가 주류를 이뤄왔으나, 세메스도 지난 2019년 식각 장비 중 고난이도에 속하는 건식식각장비를 개발하며 비중을 늘려왔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176단 V7 3D 낸드플래시 공정에도 세메스 장비가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일본 TEL이 공급하던 장비 물량도 세메스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메스의 식각장비는 고난도 공정에 사용하기에는 아직 완숙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V7 3D 낸드 공정에서도 세메스 장비는 중·저난도 공정에 쓰이고, 고난도 공정에는 램리서치 장비가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진 대표가 미국 출장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해외 장비업체의 전문인력을 확보해, 고난도 공정에 쓰일 장비 개발을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메스는 이미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글로벌 장비업체 출신을 임원으로 여럿 영입한 상태다. 연구부문 김윤상 상무와 생산·연구부문 심현종 상무는 램리서치 출신이며, 생산·연구부문 이원석 상무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출신이다.
업계에선 강창진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창진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6개월여 남았다. 그동안 세메스 대표에 선임된 삼성전자 출신 임원 중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이처럼 연임 여부가 확실치않은 상황에서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게 보기 드문 행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만, 실제 '외부 수혈'이 이뤄질 경우 세메스 내부의 인사 관련 불만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 18명의 세메스 미등기 임원 중 내부 출신은 단 2명 뿐이다. 나머지 16명의 임원 중 12명은 삼성전자 출신이고 3명은 해외 장비업체 출신, 1명은 두산그룹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