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 전기차 개발 검토
의왕연구소에서 LFP 배터리 탑재 연구중
중국 내수용에 이어 국내 및 글로벌 출시 검토
2021-10-07 이상원 기자
현대자동차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내부적으로 LFP배터리 탑재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간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만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생산해왔다. 이번 연구는 국내시장과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용 중저가 전기차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한 것이다. 전기차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원가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부터 국내 및 해외에 판매하는 자동차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연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는 현대차 의왕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중국 베이징자동차와의 합작사(JV)인 베이징현대를 통해 중국 내수 시장에만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을 판매해왔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판매차량에 현지업체 배터리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침에 따라서다. 베이징현대는 중국 CATL을 통해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BYD도 2023년부터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을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중국을 제외한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델에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전기차 아이오닉5와 전기트럭 포터EV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국내에서 단종된 코나EV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함께 사용했다.
현대차가 리튬인산철 배터리 연구에 나선 건 '가격 경쟁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의 희귀 금속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와 달리 인산과 철을 재료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20% 이상 저렴하다. 화재 위험성도 낮은 편이다.
반면 그동안에는 주행거리 등 효율성 측면에서 삼원계 배터리에 뒤진다는 인식이 많았다. '저가형 배터리'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셀 생산업체는 삼원계 배터리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하지만 리튬인산철에 대한 인식은 점점 바뀌는 추세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가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고, 애플카에도 이 배터리가 쓰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최근 전기차의 연이은 화재로 인해 삼원계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진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도 최근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가 짧다고 알려져 있지만, 운전거리를 350~400㎞ 정도만 확보해도 소비자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면서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선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국내 및 글로벌 시장의 중저가 전기차에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장한만큼, 현대차도 중국에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는 만큼 관련 기술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안전성을 검증받은 중국산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배터리3사가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만들더라도 중국산 제품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한편, 현대차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의 국내 및 해외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