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새 아나패스 지분 3배 가까이 늘린 아이베스트투자…왜?

지난 4월 5.38% 지분 확보한 뒤 최근 14.53%까지 지분 늘려 아나패스 T-Con 및 TED 사업 성장성 고려해 적극 투자 이경호 아나패스 대표와 지분격차 0.86%에 불과...경영권 분쟁 우려도

2021-10-14     장경윤 기자
투자법인 아이베스트투자가 팹리스 업체 아나패스 보유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10개월여 만에 아나패스 지분율을 3배 가까이 끌어 올렸다. 아나패스 최대주주인 이경호 대표 보유지분과 격차도 1%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아나패스 실적이 좋다면 문제될 게 없는 투자다. 그러나 아나패스는 최근 수년째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396%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 말에는 165%로 재무구조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베스트투자는 아나패스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베스트투자가 보유한 아나패스 지분은 지난 4월 5.38%에서 최근 14.53%로 급상승했다. 아나패스는 디스플레이에 탑재되는 시스템 반도체인 T-Con(타이밍 컨트롤러) 및 TED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T-Con은 DDI에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을 조절해 화질을 개선해주는 역할을 한다. TED는 기존의 2개의 IC로 구성된 T--Con와 드라이버 IC를 결합해 집적도, 전송속도, 소모전력 등을 개선한 반도체다. 매출 비중은 LCD향에서 OLED향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사업별 매출 비중은 LCD향이 35.61%, 47.12%였으나, 올 2분기에는 LCD향이 7.43%, OLED향이 67.69%로 나타났다. 주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비중을 서서히 축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OLED향 매출은 중소형 디스플레이 패널용 제품에 집중돼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중소형 IT기기의 OLED 탑재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관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다만 아나패스의 최근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60억원, 영업손실 26억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제품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에는 대만 UMC로부터 받은 사고 보상액이 실적에 반영된 덕분에 매출 181억원, 영업이익 102억원을 올렸다. 이처럼 실적부진을 보이는 아나패스 지분을 아이베스트투자는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아나패스의 주식 58만9630주를 매수하며 지분율 5.38%를 확보한 이후 매달 꾸준히 추가 매수를 진행했다. 아이베스트투자의 아이패스 지분율은 지난 7월 10%를 넘긴 데 이어 9월 13.57%, 10월 13일 14.53%까지 확대됐다. 현 지분율 기준으로 아이베스트투자는 아나패스 최대주주인 이경호 대표 보유지분과 맞먹을 정도다. 현재 이경호 대표(특별관계자 포함)의 지분율은 15.39%로, 아이베스트투자와의 격차는 0.86%포인트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나패스의 경영권에 분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아이베스트투자는 2000년대 초부터 종합건축자재기업인 벽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아이베스트투자는 2004년 벽산의 지분율을 43%까지 끌어올리면서 적대적 M&A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양사의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해당 논란은 2006년 아이베스트투자가 경영 참여를 위한 지분 공동 보유자로 나선 뒤에야 일단락됐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아나패스와 아이베스트투자 양측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베스트투자 관계자는 "아나패스의 현재 실적과는 관계없이 미래 사업의 유망성을 보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이라며 "단순투자이기 때문에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