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매출' 달성한 삼성전자, 3Q 실적에 드러난 '빛과 그림자'

D램 등 메모리업황 "불확실성 매우 크다" 전망 IM사업부문, 폴더블 효과 컸지만 수익성은 악화 파운드리 캐파, 2026년까지 3배로 지속 투자

2021-10-28     장경윤·이상원·이기종 기자
삼성전자가 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단위로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70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5조8200억원을 올렸다. 이전 영업이익 최고 기록은 2018년 3분기의 17조5700억원이었다. 파운드리 사업부도 정확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관심은 이같은 호(好)실적이 4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지 여부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캐시카우’인 메모리반도체 사업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황의 불확실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품 공급 문제로 세트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이로 인해 메모리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스마트폰 사업도 주된 관전 포인트다. 지난 3분기에는 폴더블폰 출시로 2분기 대비 매출·이익을 끌어올렸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됐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과 이를 토대로 한 4분기 이후 사업 전망을 정리해본다.

① 여전한 반도체 ‘쏠림’ 현상

3분기인 지난 7~9월에 삼성전자는 무려 73조9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사업부별 매출도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반도체가 26조4100억원, 무선사업부가 27조3400억원, CE(소비자가전)부문이 14조1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조82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였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작년 3분기(12조3500억원), 전분기(12조5700억원)에 비해서는 크게 늘었다.  다만 반도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0조6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3.5%를 차지했다. 2~3년 전 전체 이익의 70%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비중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회사 전체 이익의 3분의 2를 반도체가 도맡았다. 전체 영업이익 중 반도체부문 이익 비중은 전분기에는 55.1%였으며, 작년 3분기에는 44.8%였었다.

② “불확실성 매우 크다”…4Q 이후 메모리 전망

지난 3분기 반도체 부문 실적은 좋았지만, 4분기 이후에 대한 걱정은 많다. 이미 시장에선 D램 등 메모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고점’ 논란에 대해 “메모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전망은 약간 달랐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내년 메모리 시황과 관련, “부품수급, 원자재가격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D램 고정거래가 등 가격에 대해선 “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하면서 가격 협상의 난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다만 가거에 비해 메모리 사이클 변동폭이 줄었고 재고가 낮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수요 감소 등 불확실성이 크지만,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단기 전망도 긍정과 부정이 혼재돼있다. 4분기 서버용 D램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모바일 D램 수요는 부품공급난으로 수요증가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PC용 D램 수요도 보합세를 예상했다.

③ ‘폴더블폰 마케팅비 2조 투입’ 사실?

IM사업부는 ‘폴더블’ 효과를 톡톡히 봤다. IM 사업부문의 3분기 매출은 28조4200억원, 영업이익은 3조360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25%, 영업이익은 3.7%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동기 대비로는 매출은 7% 줄었고, 영업이익은 24.7%나 급감했다.  이익이 급감한 건 부품공급 부족과 마케팅 비용 지출 때문이다. 김성구 무선사업부 상무는 “(3분기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였다”면서도 “폴더블 대세화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투자 확대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초 시장조사업체 DSCC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프로모션에 20억 달러(약 2조원)를 배정했다는 루머가 있다”고 했었다. 폴더블폰 흥행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절박함(?)에서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썼다는 얘기다. 이날 실적 중 마케팅비용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비용 지출을 제외하면 일단 폴더블폰 흥행효과는 분명히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3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전분기보다 20%가량 증가한 7200만대를 기록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4분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부품 부족 영향으로 4분기에는 휴대폰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태블릿 판매량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태블릿은 스마트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량 생산돼 반도체 부족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④ ‘JY디스플레이’ 4분기 드디어 양산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달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양산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9년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차세대 QD디스플레이의 첫 번째 양산품이다. QD디스플레이는 QD-OLED와 퀀텀닷 나노로드 발광다이오드(QNED)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긴다는 점에서 'JY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전무는 "4분기에 QD 디스플레이 제품을 본격 양산해 고객에게 공급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세트 시장에 공개한다는 계획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QD 디스플레이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선보이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QD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QD-OLED의 최대 고객사가 될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내년 사업전망에서 QD 디스플레이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송원준 삼성전자 VD사업부 상무는 "내년 TV 시장에서 초대형 QLED 등 프리미엄 수요는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네오 QLED(미니 LED), 8K, 마이크로 LED를 포함한 프리미엄 제품 기술 혁신을 통해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해 2022년에도 고부가 제품 믹스 확대에 주력하겠다"고만 말했다.

⑤ 움트는 희망, 파운드리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삼성 파운드리는 고성장이 전망된다. 이날 한승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무는 “지난 3분기 (파운드리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전체 반도체 사업부 매출 26조4100억원 중 메모리를 제외한 매출은 5조5800억원. 이 가운데 파운드리 매출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상당히 유의미한 매출을 올렸다는 얘기다. 한 전무는 “4분기에도 3분기 대비 10% 이상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분기 매출 신기록 달성을 이어갈 계획이며 내년에도 파운드리 수요 강세로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은 이번 실적이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파운드리에 전례 없는 투자를 진행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무는 “평택 S5라인 캐파를 확대한 데 이어 조만간 미국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2017년 대비 올해 파운드리 캐파는 2.1배 늘었고, 2026년까지는 3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미세 선단공정 투자도 본격화한다. 삼성은 3나노(nm) GAA(Gate All Around) 공정을 적용해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가고, 3나노 2세대 GAA 공정 개발에도 이미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