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MS, 'AR 홀로렌즈 프로젝트' 착수

삼성전자, TF 구성...올여름 2년 프로젝트 돌입 그룹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전기·SDI도 참여 AR용 웨이브가이드 기술 확보차 디지렌즈 투자

2021-12-06     이기종 기자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AR 홀로렌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AR 기술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전자가 MS와 협력을 통해 이 분야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여름 MS와 2년 기한의 증강현실(AR) 홀로렌즈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홀로렌즈는 MS의 상업용 AR 디스플레이 기기 모델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AR 홀로렌즈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3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회사 내 여러 사업부는 물론 그룹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의 전무급 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상반기에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2023년까지 진행된다. 프로젝트 결과물은 이르면 2024년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AR 홀로렌즈 프로젝트는 앞서 삼성전자의 미국 AR 기업 디지렌즈 투자와도 관련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에 이어 지난 11월에도 디지렌즈에 투자했다. 디지렌즈는 스마트글래스 등 AR 디스플레이 기기에 필요한 '웨이브가이드'(Waveguide:광도파로) 기술로 유명한 업체다. 웨이브가이드 기술은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나온 빛(영상)을 꺾어서 사용자가 보는 글래스(렌즈)에 투사하는 기술이다. 스마트글래스 등 AR 기기는 현실세계에 가상세계를 덧입히기 때문에 글래스가 투명해야 하고, 디스플레이 장치는 사용자 눈 옆 등에 위치한다. 또 AR 디스플레이 기기를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려면 제품이 작고 가벼워야 한다. 때문에 AR 기기는 제품 내부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빛을 꺾는 등 광학계 구성이 복잡하다. 빛을 꺾을 때 나타나는 광손실도 최소화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면 가상현실(VR) 기기는 대체로 사용자에게 실제세계와 무관한 가상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굳이 제품 전면을 투명한 글래스로 만들 필요가 없다. 디스플레이 장치를 사용자 눈앞에 두면 빛을 꺾지 않아도 된다. VR 기기는 제품 내부 공간 활용이 AR 기기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제품 상용화도 쉬운 편이다. 삼성전자는 AR 홀로렌즈 프로젝트에서 하드웨어 제작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렌즈 투자에 함께 참여한 삼성전기는 웨이브가이드 기술을 이용한 모듈 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기는 삼성그룹에서 카메라 모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디지렌즈 투자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자회사이자 비상장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투자 전면에 나서기 어렵다. 이번 프로젝트 착수로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늦게나마 AR 분야 추격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기어VR 등을 출시한 바 있지만 기어VR은 지난해 지원이 중단됐다. 반대로 메타(옛 페이스북)를 비롯해 애플, 구글, MS 등 세계적 IT 대기업은 AR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홀로렌즈2는 20만대 이상 판매됐다. 이 제품은 MS 플랫폼과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다. 홀로렌즈2 가격은 3500달러 이상이다. 전세계 VR·AR 기기 시장에서 MS가 상업용 시장, 메타에 인수된 오큘러스가 소비자 제품 시장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