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코어포토닉스 특허무효분쟁, 결론은 내년에나
코어포토닉스, '특허 무효' 특허법원 판결에 상고
특허 무효로 침해소송도 중단...LG이노텍 '느긋'
'본 게임' 코어포토닉스-애플 美특허분쟁은 여전
2021-12-20 이기종 기자
LG이노텍과 코어포토닉스 간 '스마트폰 망원 렌즈' 관련 특허무효 분쟁 최종결론이 내년에나 나올 전망이다. 이번 특허분쟁은 지난해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이 LG이노텍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된 듯 했으나, 코어포토닉스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대법원에서 특허법원 판결이 뒤집히면 현재 중단된 특허침해소송도 재개될 수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이달 3일 대법원에 코어포토닉스와 진행 중인 특허무효분쟁 관련 답변서를 제출했다. 코어포토닉스가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한지 18일 만이다.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 모두 코어포토닉스의 '소형 망원 렌즈 조립체' 특허가 무효라고 결론내렸지만 코어포토닉스는 자사 특허가 유효하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특허 분쟁은 일반적으로 침해소송과 무효분쟁(심판 또는 소송)이 동시 진행된다. 특허권자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사건과, 해당 특허는 무효라며 반격하는 사건이 각각 열린다.
지난 2018년 코어포토닉스가 LG이노텍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자 LG이노텍은 해당 특허에 대해 2019년 무효심판 청구로 대응했다. 이후 지난해 7월 특허심판원이 해당 특허가 무효라고 결정(심결)하자 두달 뒤인 같은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침해소송을 중단했다. 코어포토닉스가 해당 특허를 무효화한 특허심판원 심결에 대해 소송(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8월 특허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후 지난 9월 코어포토닉스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코어포토닉스가 대법원에 상고한 이유는 이 특허를 살려야 현재 중단된 특허침해소송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어포토닉스가 애플을 상대로 미국에서 벌이는 특허분쟁이 '본 게임'이지만 코어포토닉스로선 LG이노텍과의 분쟁에서 확보하는 애플 정보를 미국 법정에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LG이노텍과의 국내 침해소송이 중단돼 코어포토닉스로선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정보가 크게 제한된 상황이다.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는 사실심리를 하지 않지만, 재판부 입장에서 특허 사건은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무효분쟁 결론이 나오려면 해를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아이폰 등 애플 제품용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코어포토닉스가 애플을 상대로 미국에서 벌이는 특허분쟁도 4년을 넘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 시작된 특허분쟁은 현재 1심과 항소심 등 모두 3건이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코어포토닉스 특허 18건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이 가운데 4건이 진행 중이다.
코어포토닉스와 애플의 특허분쟁이 4년을 넘기면서 업계에선 코어포토닉스와 애플 모두 원치 않는 방향으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코어포토닉스로선 분쟁을 조기에 매듭짓고 망원 렌즈와 폴디드줌 관련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애플도 분쟁 장기화가 반가울리 없다.
하지만 코어포토닉스가 애플을 상대로 분쟁을 처음 제기했던 2017년과 현재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코어포토닉스가 지난 2019년 삼성전자에 인수돼 특허분쟁에 필요한 자금력이 충분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선 코어포토닉스를 통해 애플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코어포토닉스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분쟁의 쟁점 특허는 망원 렌즈 기술이 대부분이지만, 코어포토닉스의 최종 목적은 폴디드줌 특허 라이선스 계약으로 알려졌다. 폴디드줌은 프리즘으로 빛을 꺾어 이미지센서에 전달하는 잠망경 형태 망원 카메라 모듈이다. 애플은 2023년 아이폰에 폴디드줌을 처음 적용할 예정이다.
앞서 코어포토닉스와 애플, LG이노텍의 특허분쟁이 확산할 당시 업계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것도 폴디드줌 때문이다. 애플이 폴디드줌 특허 문제를 해소하려면 코어포토닉스 특허가 필요하고, 이를 절충하기 위해 삼성전기 부품을 아이폰 카메라 모듈에 일부 사용할 것이란 추정이 업계에서 설득력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올 3분기 들어오면서 삼성그룹의 반대 등으로 애플이 삼성전기 부품 없이 LG이노텍에서 폴디드줌을 공급받는 방향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분쟁 자체에 대한 업계 관심은 줄었다. 애플이 분쟁에서 지고 코어포토닉스의 폴디드줌 구조 특허가 필요하더라도 라이선스료를 내는 방식으로 절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