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삼성전자, 대형 OLED 가격협상 '줄다리기'
LGD, 삼성전자에 65인치 OLED 600달러 후반까지 낮춰 제안
LG전자의 65인치 OLED 매입가 750달러보다 10% 낮은 수준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 1위' 위상 반영해 600달러 내외 요구
2021-12-30 이기종 기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가격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기존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삼성전자가 이보다 더 싸게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협상 결과는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양측이 원하는 가격차가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삼성전자에 65인치 OLED TV 패널 가격을 장당 600달러 후반까지 낮춰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계열사인 LG전자의 65인치 OLED 매입가 750달러보다 10%가량 낮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원하는 가격은 500달러 후반에서 600달러 초반 사이다. LG전자 매입가 750달러보다 20% 가까이 낮다. 양측 가격차는 최대 100달러에 이른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삼성전자가 더 싼값을 부르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LG전자보다 150달러 싼값에 65인치 OLED 패널을 구매하면 65인치 OLED TV 완제품 가격은 450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 TV 완제품 가격에서 패널 가격 비중은 3분의 1이다.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서 판매 중인 LG전자 65인치 OLED TV 가격은 1800~2800달러다.
또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측에 현재 LG전자에 대부분 공급되는 보급형(엔트리급) 대형 OLED 납품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는 'R-P-M' 세 등급으로 나뉜다. LG전자는 하이엔드부터 보급형까지 폭넓게 OLED TV 라인업을 구성해 전세계 OLED TV 시장 확장에 앞장서왔다.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두 번째 고객사 일본 소니는 하이엔드 위주로 OLED TV 라인업을 꾸린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 보급형 OLED를 요구하는 이유는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 출시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네오 QLED'를 내년에도 프리미엄 TV 최상위 라인업에 놓았기 때문에 OLED TV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수익을 남겨야 한다. 제조원가 절감이 필수다. 삼성전자는 물량을 빌미로 LG디스플레이에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LG디스플레이에서 대형 OLED를 200만대 구입하면 단번에 소니를 제치고 두 번째 고객사로 올라선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요구는 세계 TV 시장 1위란 위상, 그리고 대형 고객사 유치를 바라는 LG디스플레이 기대 등 두 가지 요인 때문에 가능하다고 업계에선 풀이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에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 철수하면 삼성전자는 중화권 패널 업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LG디스플레이에서 대형 LCD와 대형 OLED를 납품받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LG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에 대형 OLED를 공급할 경우 따르는 기대이익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연간으로 대형 OLED 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한 적이 한번도 없다. 올해 실적 개선도 대형 LCD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하반월부터 1년 가까이 오르던 대형 LCD 가격은 올 하반기 큰 폭으로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대형 LCD 사업 수익 감소를 상쇄할 타개책이 필요하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대형 OLED 사업 흑자가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확보하면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다. 삼성전자에는 대형 OLED를 싸게 판매해도 다른 업체를 상대로는 대형 OLED 독점업체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높게 부를 수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OLED로 OLED TV를 200만대 출시하면 전세계 OLED TV 시장 확대도 가팔라질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추가 투자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협상은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QD-OLED는 TV 완제품 양산 적용 첫해가 될 내년에는 생산수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돼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가격을 낮게 책정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는 W-OLED 패널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고 삼성디스플레이와 가격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프리미엄 TV 라인업에서 8K 네오 QLED를 최상위 모델로 놓고, 그 아래 제품으로 4K OLED TV, 4K 네오 QLED 등으로 잠정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양산 중인 OLED 패널은 8K 해상도를 지원하지만 삼성전자는 4K OLED TV 라인업만 검토 중이다.
출하량 예상치는 8K·4K 네오 QLED TV 300만대, 4K OLED TV 200만대 등이다. 4K OLED TV 200만대 중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패널을 적용한 OLED TV는 50만대, LG디스플레이 W-OLED 패널을 적용한 OLED TV는 150만대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아야 할 W-OLED 물량은 200만대다. 삼성전자는 내년 LG디스플레이에서 대형 LCD 패널도 400만대가량 구매할 예정이다. 수십만대였던 올해와 비교하면 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