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대부분이 반도체기업 퇴직임원...원익IPS의 '외인부대' 활용법

전체 임원 58명 중 외부 출신이 대부분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퇴직임원

2022-01-21     장경윤 기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원익IPS에는 임원(등기·미등기)만 58명이 있다.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보다 많다. 삼성전기(55명), LG에너지솔루션(79명) 등 규모가 큰 기업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다. 특이한 점은 이들 58명의 임원 중 내부 출신 임원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다는 것이다. 임원들 대부분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반도체기업 출신이고,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해외 장비회사 출신도 여럿이다. 국내 양대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만 전체 임원의 절반을 넘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원익IPS는 주요 반도체 기업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장비 수주가 실적으로 직결되는 사업 특성을 반영해서다. 대부분의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해 요직에 앉히는 '외인부대' 전략이다. 원익IPS의 공시정보와 최근 조직개편을 보면 이런 전략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공시 기준, 원익IPS의 등기 임원은 5명, 미등기임원(사외이사 제외)은 53명 등 총 58명이다. 등기임원은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과 이현덕 대표이사, 이문용 이사회의장,  정환경 사장, 박영규 이사 등이다. 이 가운데 이용한 회장을 제외한 4명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이현덕 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출신이고, 이문용 이사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을 거쳐 제일모직 부사장을 지낸 뒤 원익그룹에 합류했다. 정환경 사장(디스플레이총괄)은 삼성전자 LCD사업부 출신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전무를 역임했다. 박영규 이사(원익홀딩스 대표)는 삼성전자 구매팀장 출신이다.  총 53명인 미등기임원 대부분도 외부 출신이다. 미등기임원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MAT, 램리서치, 주성엔지니어링 출신이며 팹리스 출신도 다수다.  반도체사업총괄은 SK하이닉스 출신인 박성기 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전진성 공정개발본부장(부사장)은 삼성전자와 인텔에서 근무했다. 회사의 핵심 장비를 개발하는 CVD개발팀장의 김용갑 전무, ALK개발팀 류동호 전무, Mletal개발팀 전진호 전무 등도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올해 조직개편에서도 이런 '외인부대' 활용전략은 이어지고 있다. 신임 반도체연구소장을 맡는 안태혁 사장은 삼성전자 LSI제조센터장, 삼성SDI 부사장 출신이다. 차남현 품질보증팀 전무도 삼성SDI 베트남법인장 출신이다. 지난해 원익IPS가 영입한 정철훈 전무도 외부 출신이다. 정철훈 전무는 삼성전자,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구매본부와 자재구매팀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신설한 TSA팀도 외부출신 임원들이 빼곡하다. 삼성전자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TSA1팀장은 삼성전자 출신의 백상천 전무가 담당한다. SK하이닉스에 대응하는 TSA2팀장은 SK하이닉스 출신의 김현수 전무가 맡는다. 마찬가지로 올해 신설된 연구기획본부는 삼성전자, 알파홀딩스 출신의 김동기 부사장이 이끈다.  업계에선 원익IPS와 같은 1차 벤더들이 고객사이자 주요 반도체 업체 출신의 임원을 영입하는 것은 '관례'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핵심인력을 영입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해당 기업과의 협업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 입장에서도 퇴직임원이 협력사로 옮겨가면 업무 협의나 협업에 더 유리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