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카티바, 잉크젯 장비 삼성D 반입 예정...HB솔루션 역할은?
HB솔루션, 카티바 장비 SW 작업 추가·유지보수 계획
카티바 장비 성능 따라 HB솔루션 사업 방향성 결정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추가 투자시 판가름날 듯
2022-01-21 이기종 기자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QD 잉크젯 장비를 1대도 수주하지 못했던 미국 카티바가 돌아온다. 카티바 잉크젯 장비는 HB솔루션을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Q1 생산라인에 설치될 예정이다. 카티바 장비 성능에 따라 HB솔루션의 잉크젯 장비 사업 방향성도 결정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HB솔루션에 8.5세대(2200x2500mm)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Q1 라인용 QD 잉크젯 장비를 곧 발주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발주가 나오면 HB솔루션은 카티바가 이미 생산한 QD 잉크젯 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최종 납품할 예정이다. QD 잉크젯 장비는 QD-OLED에서 QD 색변환층 형성에 사용된다.
HB솔루션이 발주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비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카티바에서 조건부 구매를 결정한 잉크젯 장비다. 지난 2019년 QD 잉크젯 장비 전량을 수주했던 세메스의 장비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카티바 장비에 대해 조건부 구매를 결정한 바 있다. '보험' 차원의 구매로,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면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이번 거래에서 HB솔루션 역할은 카티바 장비에 소프트웨어 작업을 추가하고, 반입 후 장비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것이다. HB솔루션은 유지보수 작업을 지속하며 장기적으로 잉크젯 장비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HB솔루션이 지난해 말부터 회사 차원에서 "카티바와 협업해 삼성디스플레이 Q1 라인에 잉크젯 장비를 납품한다"고 대외에 적극 홍보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카티바 장비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면 HB솔루션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HB솔루션은 아직 잉크젯 장비 사업에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HB솔루션이 카티바 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대신 납품하는 것은 카티바가 한국 사업에서 철수한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내 인력이 없는 카티바 장비 유지보수 작업을 하려면 누군가가 필요한데, 삼성디스플레이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HB솔루션이 이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카티바 장비 반입이 이번으로 끝나면 HB솔루션의 잉크젯 장비 사업도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메스는 지난해 상반기 잉크젯 장비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그간 장비를 꾸준히 개선해왔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입 1년 6개월 이상 지난 세메스 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가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은 장비를 개선했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그간 세메스 장비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이 업계에 알려지자 세메스 내부에서는 "삼성종합기술원 등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란 볼멘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메스 장비에서 나타난 문제 원인이 오롯이 자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란 얘기였다.
세메스와 카티바 장비 성능 등에 대한 최종 검증은 향후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추가 투자가 이어지면 판단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8.5세대 유리원판 투입 기준 월 3만(30K)장 규모인 QD-OLED에 대한 추가 투자 여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당초 HB솔루션에 대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장비 발주는 지난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으로 일정이 밀리고 있다. 카티바는 지난해 이미 잉크젯 장비 생산을 마쳤다. 오미크론 확산이 아니었다면 장비 인도가 끝났을 것이라고 업계에선 추정한다. 오미크론 확산은 지금도 이어지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제한된 생산능력에서 QD-OLED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앞서 지난 2019년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에 QD 잉크젯 장비 전량을 발주한 바 있다. 기술 내재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세메스 장비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저가 공세를 편 카티바를 외면하고 물량을 몰아줬는데 세메스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6세대(1500x1850mm) OLED용 박막봉지(TFE) 잉크젯 장비를 카티바에서 전량 공급받다가 세메스로 이원화한 뒤 해당 장비 전량을 세메스에 몰아준 바 있다. 당시 6세대 OLED에선 세메스의 카티바 장비 '벤치마킹'이 잘 이뤄졌다고 업계에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