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소재 中의존도 낮출 기술, 국내 기업이 개발
엘피엔, 음극재용 천연흑연 재활용 기술 확보
글로벌 기업서 검증…올해 파일럿 라인 확대
2022-01-21 이수환 전문기자
배터리 음극재 생산 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하는 기술이 국내 기업에서 개발됐다. 음극재 원료인 천연흑연을 가공할 때 나오는 물질로 인조흑연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발 배터리 핵심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생산 단가도 저렴해질 전망이다.
전자재료 전문 기업 엘피엔(LPN)이 버려지는 천연흑연을 재활용하는 '조립구상' 기술을 글로벌 기업에서 검증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파일럿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 기술 검증을 시작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대량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조립구상은 천연흑연으로 배터리 음극재를 만들 때 나오는 찌꺼기를 재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최종적으로 인조흑연급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다. 음극재용 천연흑연은 광산에서 원료인 흑연을 구형화(구상흑연)해 만든다. 평균 수율이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 흑연은 버린다.
엘피엔 천연흑연 조립구상 기술은 2~3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폐기물을 15~20μm의 구상흑연으로 합칠 수 있다. 10분 내에 수율을 80%까지 높였다. 나머지 20%의 구상흑연도 재활용해 배터리 음극재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원료를 100% 활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조흑연 대체가 목표다. 인조흑연은 침상코크스를 3000℃로 가열해 만든다. 인조흑연을 이용한 배터리는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가 많다. 효율이 높아져 급속충전에 유리하다.
이 회사 정영운 대표는 "천연흑연 가공 시 발생하는 부산물인 구형흑연을 이용하면 원가의 4분의 1의 가격으로도 도입할 수 있다"며 "조립구상을 이용한 음극재는 천연흑연 음극재와 비슷한 가격이고, 향후 생산량을 늘리면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업체들의 전기차(EV) 배터리 증설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천연흑연의 경우 Kg당 7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테슬라가 2025년부터 천연흑연을 남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조달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간 8000톤 규모에 달한다.
엘피엔의 음극재 제조 기술은 독자 연구‧개발(R&D)로 확보했다. 구상흑연뿐 아니라 질화규소(SiN×)계 실리콘 음극재 기술도 확보됐다. 예상대로 양산이 이뤄진다면 포스코케미칼에 이어 새로운 음극재 기업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에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용 음극재 시장은 지난 2019년 2조원에서 오는 2030년 23조원이 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 25%가 예상된다. 음극재는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과 함께 배터리 4대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