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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앤이루자, 삼성 핵심 협력사와 합병 시도 불발

배터리 장비 사업 기반 마련 차원

2022-02-16     이수환 전문기자

국내 중견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에이치앤이루자가 지난해 말 배터리 장비 사업을 위해 삼성SDI 핵심 협력사와 합병을 추진했던 것으로 16일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제안을 거절했다. 급성장하는 배터리 장비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수주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

에이치앤이루자는 비상장사다. 기업설명회나 분기보고서 제출, 수주 공시 의무가 없다. 매년 감사보고서만 제출한다. 삼성SDI 핵심 협력사 합병 시도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치앤이루자 입장에선 아쉽게 됐다. 2020년 중반부터 배터리 장비 사업을 두드렸으나 마땅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외부서 배터리 장비를 받아 삼성SDI 등에 공급하는 방안도 모색했다가 무위에 그쳤다.

이번 제안은 오너인 김병호 회장이 각별히 신경을 쓴 데다 배터리 장비 사업 진출로 성장 한계를 극복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오너 일가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병호 회장은 에이치앤이루자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에이치앤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급식 사업을 맡았다. 2007년 에이치앤이루자를 설립해 전자부품 후방 산업계에 진출했다.

에이치앤이루자는 일본 알박(ULVAC)을 밀어내고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양산되고 있는 충남 탕정 A3 라인의 스퍼터링 장비 대부분을 공급하면서 급성장했다. 2017년 2000억원을 돌파한 매출은 2020년 396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BOE, CSOT, 비전옥스 등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발주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전문가는 "에이치앤이루자가 급성장한 배경에 디스플레이 산업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터리 장비 분야도 눈여겨봤을 것"이라며 "이번 딜이 무산됐어도 지속적으로 배터리 후방 산업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