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3나노 AP 파운드리, 삼성전자 대신 TSMC에 전량 맡긴다
퀄컴, 낮은 수율에 파운드리 파트너 교체
삼성에 전량 맡긴 4나노도 TSMC와 이원화
삼성엔 AP 대신 7나노 RF칩 물량 늘리기로
4나노 이하 선단공정서 TSMC에 뒤쳐질 듯
2022-02-22 이수환 전문기자
미국 퀄컴이 내년에 출시할 3나노 공정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파운드리를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TSMC에 전량 맡기기로 했다. 퀄컴은 또 현재 삼성전자를 통해 전량 위탁생산하는 4나노 공정의 AP 파운드리 일부도 TSMC에 맡겨 이원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퀄컴의 이같은 결정은 삼성의 파운드리 선단공정 수율이 너무 낮아 물량 수급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엔비디아도 삼성에 맡겼던 7나노 공정의 그래픽카드 파운드리를 지난해 TSMC에 맡겼다.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삼성 파운드리는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현재 개발 중인 3나노 공정의 차세대 AP 파운드리를 대만 TSMC에 맡기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3나노 공정 AP는 퀄컴이 내년에 출시하는 차세대 제품이다.
이에 더해, 퀄컴은 삼성전자에 전량 맡겨왔던 4나노 신형 AP '스냅드래곤8 1세대' 파운드리 물량 중 일부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TSMC에도 나눠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4나노 AP 파운드리를 '삼성전자-TSMC'로 이원화한 것이다. 이 제품은 이미 TSMC에 웨이퍼가 투입됐으며, 올해 2분기부터 스마트폰 업체들에 공급될 예정이다.
대신 퀄컴은 7나노 공정을 사용한 무선주파수(RF)칩은 삼성 파운드리를 계속 이용하고, 물량도 더 늘리기로 했다.
퀄컴의 이같은 결정은 '삼성 파운드리의 낮은 수율'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퀄컴 4나노 AP 수율은 3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개를 만들면 65개가 불량이라는 얘기다. 같은 라인에서 생산하는 엑시노스2200 수율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퀄컴 칩 수율이 그나마 엑시노스보다 높은 건, 퀄컴 본사 임원과 기술인력이 삼성 파운드리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수율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인데, 더이상 낮은 수율 문제를 안고갈 수 없다는 게 퀄컴의 판단"이라며 "4나노 파운드리를 이원화하고, 3나노 파운드리를 TSMC에 전량 위탁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에서 더이상 수율에 발목을 잡힐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퀄컴은 이같은 방침을 지난해 미국 본사를 찾은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무선사업부) 사장에게 전달했다. 당시 퀄컴은 "삼성에 파운드리 물량을 더 맡기고 싶어도, 수율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 본사가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감사)에 착수한 것도 4나노 수율 하락으로 무선사업부 AP 물량을 맞추지 못했다는 점이 결정적 원인인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파운드리 최대 고객사인 퀄컴의 이탈은 삼성전자로서는 엄청난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애플과 함께 파운드리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린다. 생산을 맡기는 물량이 많아서다. 프리미엄급 제품 위탁생산은 공정 기술의 우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4나노 이하 선단공정에서 TSMC와의 경쟁구도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 애플에 이어 최대 고객사인 퀄컴의 3나노 파운드리까지 TSMC에 내주게 되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냅드래곤8 1세대 사례처럼, 내년 퀄컴의 3나노 파운드리 일부 물량도 TSMC와 이원화 구도로 갈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TSMC 추격에 나서야 할 삼성 입장에서는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