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도 준치'...화웨이,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샤오미·비보·오포 압도
화웨이,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 와해됐지만...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는 中업체 중 1위
샤오미·비보·오포, 스마트폰 OLED 채용률 30%대
2022-03-14 이기종 기자
미국 정부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와해된 중국 화웨이가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시장에선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급감했지만 화웨이가 기존 프리미엄 제품 위주 라인업을 유지한 결과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를 더하면 화웨이의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은 중국 3대 스마트폰 업체(샤오미·비보·오포)에 크게 앞선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마트폰을 2140만대 출하했다. 지난 2019년(2930만대)과 2020년(3290만대)에 비하면 크게 줄었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 중에선 여전히 1위다. 지난해 중국 업체의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은 화웨이(2140만대)에 이어 오포 1520만대, 아너(화웨이에서 분사) 1430만대, 비보 1160만대, 샤오미 1090만대 순으로 많았다.
플렉시블 OLED는 폴리이미드(PI) 기판을 사용해 제품 설계가 자유로워지는 등 OLED 스마트폰 중에서도 고부가 제품에 적용한다. 애플의 OLED 아이폰은 모두 플렉시블 OLED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폴더블폰 등 플래그십 제품에 플렉시블 OLED를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하는 리지드 OLED는 유리기판을 사용한다. 유기물을 수분·산소에서 보호하는 봉지 공정도 플렉시블 OLED는 박막봉지(TFE), 리지드 OLED는 유리봉지로 다르다.
스마트폰 사업이 와해된 화웨이가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샤오미 등에 여전히 앞서는 것은 그간 제품전략의 결과로 보인다. 화웨이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잡으려 플렉시블 OLED를 적극 채용하며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구사해왔다.
화웨이가 지난 2019년 스마트폰을 2억4060만대 출하하며 1위 삼성전자(2억9410만대)를 5000만대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할 당시 화웨이의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의 3배에 가까운 2930만대였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8년 6360만대에서 2019년 5510만대로 감소했다. 2020년 삼성전자(4170만대)와 화웨이(3290만대) 두 업체의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 격차는 900만대 미만으로 좁혀지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미국 정부 제재에도 자국민의 애국소비로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2억대 가까이(1억8970만대) 출하했지만 결국 지난해 출하량이 3500만대로 급감했다.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도 3000만대 초반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한 덕분에 지난해 화웨이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576달러로 삼성전자(349달러)에 앞선다. 비보(243달러), 오포(237달러), 샤오미(204달러) 등은 200달러대다. 아너가 282달러로 이들 업체보다 높다. 이 부문은 애플이 941달러로 1위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도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비중이 크다. 아너는 지난해 스마트폰을 모두 3980만대 출하했다. 이 가운데 OLED 스마트폰 1510만대 중 플렉시블 OLED 제품이 1430만대로 압도적으로 많다. 리지드 OLED 스마트폰은 80만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화웨이(2140만대)와 아너(1430만대)의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 합계는 3570만대다. 샤오미(1090만대)와 비보(1160만대), 오포(1520만대) 합계 출하량 3770만대와 비슷하다.
샤오미와 비보, 오포는 여전히 리지드 OLED 비중이 앞선다. 샤오미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1억9020만대 중 OLED는 6000만대다. 이 가운데 리지드 OLED는 4910만대, 플렉시블 OLED는 1090만대에 그친다. 지난해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9년(80만대)와 2020년(460만대)보다는 크게 늘었다.
비보와 오포는 지난해 스마트폰을 각각 1억3420만대씩 출하했다. 비보는 OLED 스마트폰이 4680만대, 이 가운데 리지드 OLED가 3520만대, 플렉시블 OLED가 1160만대다. 2019년과 2020년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은 '제로'(0)였다. 오포의 지난해 OLED 스마트폰 출하량 5190만대 중 리지드 OLED는 3660만대, 플렉시블 OLED는 1520만대였다. 오포의 플렉시블 OLED 스마트폰 출하량도 2019년(50만대), 2020년(320만대)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샤오미(32%)와 비보(35%), 오포(39%) 등 중국 3대 스마트폰 업체의 OLED 채용률은 여전히 30% 수준이다. 플렉시블 OLED 적용이 늘고 있지만 아직 리지드 OLED가 절대량에서 우위다.
BOE와 CSOT 등 중국 패널 업체의 플렉시블 OLED 라인 가동률이 낮은 것도 이러한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플렉시블 OLED를 적극 채용하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져 화웨이 수요가 줄었는데, 샤오미 등의 플렉시블 OLED 채용률이 늘고는 있다지만 아직 낮은 편이다.
현재 국내 패널 업체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진 BOE 등 중국 패널 업체의 플렉시블 OLED 라인 생산수율(양품비율)이 개선되더라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플렉시블 OLED 채용이 크게 늘지 않으면 단기간 내 이들 업체의 플렉시블 OLED 라인 가동률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
한편, 화웨이는 미국 정부 제재 이전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하려 플렉시블 OLED 등 하이엔드 사양을 적극 채용해왔다. 플래그십 제품인 P·메이트 시리즈 신제품 공개행사(언팩)도 유럽에서 열렸다. 하지만 미국 제재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화웨이의 해외 시장 점유율이 크게 감소했고, 애플이 화웨이 공백에 따른 반사이익을 독식하며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장악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화웨이 공백에 따른 반사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도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풀이한다.
국내 부품업계도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지자 매출 감소를 우려한 바 있다. 화웨이가 중국 업체 중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사양을 적극 채용하면서 국내 부품업체 실적에도 기여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지난해 스마트폰을 1억9020만대 출하하며 자국 1위, 전세계 3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