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러시아 TV공장 가동중단...LG전자도 가동중단 위기
러-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패널 등 부품수급 사실상 중단
삼성전자는 이달초 칼루가 TV공장 가동 일시 중단
LG전자도 재고부품 소진으로 루자 공장 가동 어려움
옴디아, "LG전자, 러시아 TV생산물량 폴란드로 이전 검토"
2022-03-21 이상원 기자
삼성전자가 러시아 현지 TV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여파로 패널 등 부품 공급이 여의치 않아서다.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는 것도 공장 가동중단의 주요 원인이다. LG전자도 러시아 현지의 가전 및 TV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현지 공장의 생산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러시아 및 CIS 시장 경영전략에 차질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있는 TV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7일부터 러시아 현지에서의 TV 선적 및 판매를 중단했다.
칼루가 TV공장 가동 중단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한 러시아 디폴트 우려가 점증하면서 현지 환율이 요동치는 등 경영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더해 서방의 경제제재와 맞물려 패널 등 주요 부품 수입이 사실상 막힌 것도 가동 중단을 결정하게 된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부터 러시아행 부품 선적을 전면 중단했다.
LG전자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에 있는 가전 및 TV 생산 공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분석 자료에 따르면 LG전자의 루자 공장은 이달 중순부터 재고부품이 소진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LG전자가 루자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옴디아 분석이다.
옴디아 측은 "LG전자가 러시아 루자공장의 TV 생산물량을 폴란드 므와바 공장으로 이전하는 걸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지난 19일 러시아행 부품 등 선적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현재 러시아 TV 공장 가동은 중단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폴란드로의 생산물량 이전도 아직까지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그러나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 역시 러시아 현지 TV 및 가전공장을 정상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 현지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두 회사의 유럽 및 독립국가연합(CIS) 판매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칼루가 TV 공장은 유럽 및 CIS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다. 옴디아에 따르면 이 공장 생산물량 등을 포함해 삼성전자는 유럽 및 CIS TV 시장에서 31%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옴디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 TV 출하량이 최소 10%에서 최대 50%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옴디아는 삼성전자가 유럽 및 CIS 시장에서 감소한 TV 출하량을 다른 시장에서 만회해 전체 TV 사업 계획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올해 2분기 후반까지 이어지면 삼성전자가 연간 사업 계획을 축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옴디아는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는 가격 인하를 위해 패널 구매를 늘리다가 3월 이후부터 패널 구매를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동유럽 TV 출하량 감소와 유럽 시장 불확실성으로 재고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TV 생산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동유럽 TV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에서 가전 및 TV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옴디아는 LG전자 유럽 TV 출하량이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5~15%, 2분기에 추가로 15~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샤오미, TCL 등 중국 TV 생산업체는 러시아 TV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중국 업체는 점유율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옴디아는 중국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야만 TV 판매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BOE와 차이나스타(China Star)가 주도하는 중국 패널 업체의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은 전년 동기보다 1~2%포인트(p) 증가한 85%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BOE는 4월에 89%, 차이나스타는 1분기에 91%로 가동률을 상향 조정했다. 두 업체를 제외한 소규모 패널 업체들은 수요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인해 여전히 낮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TV 제조업체의 최우선 과제는 공급망 및 재고 관리에 있다"며 "패널 수요 조정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에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