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특허센터의 고민..."킬러가 없다"

2010년대 중반부터 위험 회피하는 '관리' 중심 특허센터 운영 특허센터 임원 중 소송위험 적극 대응하는 '킬러형' 인물 부재 라이선스 사업 하려면 '특허소송 불사' 등 강력한 메시지 줘야 해외파 등 외부영입 통해 특허 라이선스업 전략 구체화 전망

2022-03-22     이기종 기자
LG
LG전자 특허센터가 고민에 빠졌다. LG전자는 당장 이번주 사업목적에 특허 라이선스업을 추가할 예정이지만, 정작 특허센터 안에는 특허소송에 따르는 불확실성을 관리하며 2만여건 특허를 적극 활용할 만한 인물이 없다. 업계에선 LG전자 특허센터가 외부영입을 통해 새로운 팀을 구성해 특허 수익화 전략을 구체화하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특허센터 안에는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적극 이끌 만한 임원급 구성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라이선스 사업을 하려면 소송도 불사하고 소 제기 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전략을 짜면서 위험을 적극 관리하는 '킬러형' 인물이 필요한데, 과거 특허센터에 근무했던 임원급 킬러들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차례로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현재 LG전자 특허센터는 위험(리스크) 회피 성향이 큰 '관리형' 인물 위주로 구성돼 특허 라이선스 사업 성과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라이선스 사업을 수행하려면 특허소송 제기에 따르는 불확실성에 대해 회사 각 사업부장을 설득하면서 장기적으로 회사에 수익을 안겨야 한다. 이는 특허분쟁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면서 누적된 협상력, 그리고 이를 통한 특허 포트폴리오와 특허 전략 수립 등을 경험해야 가능한 일인데, 최근 수년간 LG전자 특허센터 DNA가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이러한 킬러형 인물들은 설자리를 잃었다.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LG전자 특허센터는 불확실성이 낮은 특허소송만 신중하게 제기하고 전체적으로 회사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데 센터 운영의 초점을 맞춰 왔다. 특허센터 안에서도 이러한 관리형 인물 입지가 커졌다. 그나마 남아있던 킬러형 임원도 2~3년 전 회사에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한 특허 수익화 전략을 제안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특허센터 기조 변화는 LG전자가 사업목적에 특허 라이선스업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문제로 부상했다. LG전자는 지난해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남은 2만4000여건의 4G·5G·와이파이 특허를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들 특허 등록유지비(연차료)와 특허청 심사대응(OA:Office Action)에 필요한 비용은 연간 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냥 두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특허를 적극 활용할 방안을 특허센터가 수립해야 한다. 때문에 업계에선 LG전자 특허센터가 외부영입 등을 통해 특허 수익화 전략을 구체화하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특허침해소송 제기에 따르는 불확실성과 기대수익 등을 따지며 소송을 적극 제기하던 킬러형 인물들이 모두 회사를 떠났지만, 당시 킬러형 임원과 함께 일했던 부장급 직원은 일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영입한 해외파 등이 이들 부차장급 직원과 팀을 이뤄 특허 수익화 전략을 구체화하면 그나마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업계에선 추정한다. 또 업계에선 제조업 중심인 LG전자가 특허소송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 특허 수익화를 위한 물적분할 등 검토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도 특허 수익화 방안을 놓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나 지주회사를 통한 특허 라이선스 사업 수행 외에도, 특허지주회사 또는 특허 수익화 자회사 설립, 특허관리전문기업(NPE)에 대한 특허 매각 등도 여러 선택지 중 하나다. LG전자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사업목적에 '특허 등 지적재산권 라이선스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월 휴대폰 사업 철수를 확정하면서 관련 특허를 일단 보유하기로 결정했는데, 이후 1년여가 지나면서 특허 수익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