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RFPCB 업체 실적 나쁜 이유 있었네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용 렌즈·RFPCB 가격 지속 하락 작년 국내 렌즈 업체 중 세코닉스만 흑자전환 성공 카메라모듈용 RFPCB 시장 재편...뉴프렉스는 가동률↑

2022-03-24     이기종 기자
삼성전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용 렌즈와 RFPCB 업체 실적부진 원인이 수치로 확인됐다. 스마트폰 후면 멀티 카메라 적용이 본격화된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렌즈와 RFPCB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렌즈 업체 중에선 세코닉스만 흑자전환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용 렌즈와 경연성회로기판(RFPCB) 가격이 2019년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협력사인 엠씨넥스와 파워로직스, 캠시스, 나무가 등의 사업보고서에서 렌즈와 RFPCB 가격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다. RFPCB는 단단하고 휘는 부분이 섞인 연성회로기판(FPCB)을 말한다. 이미지센서를 고정하고 렌즈 이동에 따른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RFPCB는 FPCB의 일종이고, FPCB는 인쇄회로기판(PCB) 중에서도 유연한 제품을 말한다. 엠씨넥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렌즈 가격은 2019년 982원에서 2020년 1083원으로 10% 이상 오른 뒤 2021년에는 733원으로 30% 이상 급감했다. FPCB를 포함한 PCB 가격은 2019년 337원에서 2020년 277원, 2021년 225원으로 지속 하락세다. 엠씨넥스가 구매한 센서 가격도 2019년 2117원에서 2021년 1757원으로 내렸지만, 반도체는 2019년 104원에서 2021년 172원으로, 액추에이터(구동계) 가격은 2019년 586원에서 2021년 624원으로 뛰었다. 파워로직스 사업보고서에서도 RFPCB 가격은 2019년 381원에서 2020년 198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뒤, 2021년 202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2021년 가격은 2019년의 60%에도 못 미친다. 캠시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렌즈 가격은 2019년 990원에서 2020년 760원, 2021년 640원으로 계속 하락했다. FPCB 가격은 2019년 330원에서 2020년 240원으로 30% 가까이 급감한 뒤 2021년 270원으로 15% 올랐다. 2019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떨어졌다. 나무가가 사들인 렌즈 가격은 2019년 785원에서 2020년 984원으로 오른 뒤, 2021년 656원으로 내렸다. PCB 가격도 2019년 448원에서 2020년 471원으로 오른 뒤 2021년 365원으로 떨어졌다. 이들 카메라 모듈 업체의 매출 구성은 각기 다르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이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서 나온다. 캠시스와 나무가는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비중이 90%를 웃돈다. 동시에 업체별로 카메라 모듈 사양과 물량, 제품 믹스 등에 따라 렌즈와 RFPCB 가격이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두 부품 가격은 지속 하락했다. 렌즈 업계는 지난 2019년 스마트폰 후면 멀티 카메라 적용이 본격화될 당시에도 수혜를 입지 못했는데,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과 지난해를 지나며 실적이 더 나빠졌다. 2020년에는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5000만대로 급감하고 전체적으로 부품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지난해 렌즈 협력사 중에선 세코닉스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세코닉스도 스마트폰 렌즈보다는 완성차 부품 사업 회복 영향이 컸다. 세코닉스 전체 매출에서 헤드램프 등 자동차 부품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나머지 코아시아옵틱스(옛 디오스텍)와 지나인제약(옛 코렌), 노블엠앤비(옛 디지탈옵틱) 등은 적자가 이어졌다. 해성옵틱스는 지난해 렌즈 사업에서 철수했고, 방주(비상장)는 지난 2020년 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대만 라간정밀과 중국 서니옵티컬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삼성 스마트폰 렌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내 렌즈 업계는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간정밀과 서니옵티컬은 국내 업체의 렌즈 생산능력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은 생산능력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세코닉스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 등 전장 비중을 늘리고, 코아시아옵틱스는 카메라 모듈 업체인 코아시아와 수직계열화를 확대하면서 실적 개선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 모듈용 RFPCB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이 시장에선 삼성전기가 철수했고 대덕전자는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스아이플렉스(비상장)와 인터플렉스, 뉴프렉스의 카메라 모듈용 RFPCB 물량이 늘었다. 하지만 단가가 큰 폭으로 인하된 상태여서 기존에 가동률이 낮았던 뉴프렉스 외에는 큰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에스아이플렉스와 인터플렉스는 생산라인 가동률 상승에 따른 고정비 해소, 규모 경제 실현 이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RFPCB 시장에는 2년여 전 큰 변화가 왔다. 스마트폰 카메라 사양이 강화되고 모듈 가격이 함께 오르자 당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RFPCB 가격을 큰 폭으로 깎으면서, 카메라 모듈 업체에 모듈 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일종의 카메라 모듈 표준화가 진행됐고 RFPCB 가격도 이후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카메라 모듈 업체별, 스마트폰 모델별로 RFPCB 가격이 각각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