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호 모벤시스 의장, "모션컨트롤·IIoT 센서 사업 강화로 매출 다각화"

순수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 기술 세계 최초 개발 2차전지·디스플레이 등으로 사업 영역 확대 계획 스마트솔루션 핵심 요소인 IIoT 센서도 상용화 예정

2022-04-18     장경윤 기자
모션컨트롤 업체 모벤시스가 사업 영역을 대대적으로 확장한다. 기존 반도체 산업에 중점을 뒀던 장비 제어 솔루션 사업을 2차전지·디스플레이 분야로 넓히고, 머신러닝·데이터분석 등을 통해 제어 솔루션 성능을 한 차원 높일 계획이다. 또한 차세대 모션컨트롤의 핵심 요소인 IIoT(산업용 사물 인터넷)용 센서도 상용화해 매출처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양부호 모벤시스 의장은 최근 <디일렉>과의 인터뷰에서 "모벤시스의 순수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러는 기존 하드웨어 방식과 달리 PC만으로 다양한 모션 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독자적인 아키텍처로 시장의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모벤시스는 세계 최초, 국내 유일의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 개발 업체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조교수로 있던 양 의장이 지난 1998년 '소프트서보시스템스'라는 이름으로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태동기를 맞았다. 이후 양 의장은 2014년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두 차례의 상호 및 사명 변경을 통해 지금의 모벤시스를 만들었다. 모벤시스의 모션컨트롤 기술인 'WMX'는 윈도우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만으로 다양한 설비의 고속 다축 모션컨트롤을 실현한다. 기존 PLC 기반 시스템과 달리 모션컨트롤 변경을 위해 하드웨어를 교체하거나 추가할 필요가 없어, 장비 운용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토대로 모벤시스는 국내외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두루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모벤시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모션컨트롤의 사업 영역을 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여러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기존 PLC를 활용하던 잠재 고객사들이 모벤시스의 모션 컨트롤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 장비 셋업과 코딩 등을 매우 쉽게 만드는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모션컨트롤을 한 차원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빅데이터 수집과 머신러닝 등을 기반으로 장비의 고장을 미리 감지하는 '예지보전' 기능을 모션컨트롤에 접목할 예정이다. 이 기술의 핵심 요소인 IIoT 센서는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모벤시스는 이 센서를 별도로 판매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양 의장은 "기존 사업의 기술력 강화와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회사의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하는 양 의장과의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Q. 모벤시스의 핵심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A. 모벤시스의 핵심 기술은 독자적인 모션컨트롤 기술인 '소프트모션'과 자체 개발한 필드버스(산업용) 통신 기술인 '소프트마스터' 입니다. 두 기술 모두 순수 소프트웨어 기반인데, 이를 통해 별도의 하드웨어 장치 없이도 범용 PC에서 여러 장비의 모션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죠. 모벤시스가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해 낸 기술입니다.

모벤시스가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 기술을 상용화한 뒤로 여러 후발 경쟁업체들이 같은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만큼 뛰어난 성능의 모션컨트롤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키텍쳐가 다르기 때문이죠.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키텍처를 활용하는가가 가장 중요한데, 저희는 소프트모션과 소프트마스터를 구현하는 데 최적화된 아키텍처를 자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아키텍처와 관련한 특허도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등 주요한 나라에 다 등록돼있는 상태입니다. 이것이 저희의 무기죠. 모벤시스는 다른 경쟁업체들이 비슷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든다 하더라도 성능과 신뢰성 등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낼 수 있는 아키텍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Q. 모벤시스의 모션컨트롤 솔루션인 'WMX'의 비용 절감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A. 저희의 고객사인 국내 주요 장비업체를 사례로 들겠습니다. 해당 고객사는 저희에게 "WMX 솔루션을 활용한 뒤 장비 도입 비용이 기존 하드웨어 시스템 방식 대비 약 30%가량 절감됐다"는 피드백을 보내왔습니다. 기존 장비의 모션 제어를 위해서는 컨트롤러, 케이블 등 다양한 전자부품이 필요했는데, 이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한 데 따른 효과입니다.

도입 이후 장비 운용 비용에서도 WMX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드웨어 시스템에서는 장비 내 전자부품이 많아질수록 해당 장비를 유지하는 데 쓰이는 비용은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장비가 고장나는 경우, 고장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이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하게 되면 유지비용도 줄고, 고장의 원인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Q. 순수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의 취약점은 없습니까?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벤시스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 범용PC만으로 장비를 제어한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PC가 작동을 멈추게 되면, 모션컨트롤 기술도 멈출 수밖에 없죠. 또한 범용PC 중에서도 각 PC의 성능에 따라 신뢰성에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희는 IPC(산업용 컴퓨터)를 자체 개발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성능이 좋지 못한 PC를 보유한 고객사의 경우 저희의 IPC를 도입하면 안전하게 모션컨트롤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게 되죠. PC에 블루스크린(윈도우즈 운영체제에서 발생하는 시스템 오류)이 뜨는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보통 PC에 블루스크린이 발생하면 프로그램 제어가 불가능한데, 이 상황에서도 저희의 WMX 솔루션은 계속해서 가동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PC에 오류가 발생해도 기존 설정돼 있는 모션컨트롤 작업을 계속해서 수행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엔지니어는 PC 오류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일 수 있고, WMX가 작업을 지속하는 동안 대책을 세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PC를 이원화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WMX 를 구동하는 PC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WMX가 이를 감지하고 미리 준비된 다른 PC로 동력원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PC 가격이 장비에 비해 저렴하고, 똑같은 설정의 제어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죠. 이는 기존 하드웨어 방식으로는 불가능 한 일입니다.

Q. 차세대 WMX의 개발 방향은 무엇입니까?

A. 현재 WMX는 3.5 버전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앞으로 3.7 버전 등 3.x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올 것입니다. 3.x 시리즈의 핵심은 "모션컨트롤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 입니다. 모션컨트롤과 관련한 다앙햔 기능을 갖출 예정이고,  다양한 산업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모션컨트롤 기술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인 4.x 시리즈의 주제는 '비욘드 모션컨트롤'입니다. 모션컨트롤을 넘어서 스마트솔루션을 도입하는 거죠. 보통 스마트솔루션은 공장 자체에 적용되는 개념인데, 저희는 이를 장비에 탑재해 장비 만으로 스마트솔루션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비에 온도, 진동 등 각종 상황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방식입니다. 이후 AI와 머신러닝 기능을 활용하면 장비의 고장 가능성을 미리 감지하는 '예지보전' 기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저희 솔루션이 PC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술입니다.

Q. 차세대 WMX를 위한 하드웨어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A. 고객사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으로, IPC는 계속해서 개발할 예정입니다. 원래 모벤시스는 소프트웨어 개발 팀만 있었는데, 성남시로 회사를 옮기면서 하드웨어 개발 팀도 별도로 신설했습니다.

하드웨어 개발 팀이 최근 가장 힘 쓰고 있는 분야는 IIoT(산업 사물인터넷) 센서입니다. 이 센서는 앞서 말씀드린 진동, 온도 등 장비의 각종 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로, 차세대 WMX 4 시리즈에 탑재할 예정입니다. IIoT 센서는 스마트솔루션의 핵심 요소고, 하나의 큰 시장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입니다.

Q. 지난해 반진동 기술 전문업체인 '포토메카닉'을 인수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모벤시스의 전략은 무엇입니까?

A.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반진동 기술을 갖춘 모션컨트롤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반도체 장비는 물리적인 특성 상 진동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 진동은 반도체 공정 수율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죠. 장비를 15년 정도 쓰다보면 노후화로 진동 문제가 더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장비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로봇은 진동 문제가 심각하죠. 저희가 자신있는 분야는 이러한 진동을 없애는 기술입니다. 장비의 특정 부분에서 진동이 발생하는 경우 제어 방식을 바꿔 진동을 줄이는 거죠. 모벤시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진동 센서를 새롭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센서는 장비에 탑재된 상태로 장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진동을 계측합니다. 엔지니어는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진동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모션컨트롤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와 로봇 분야에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업체가 저희의 진동 센서를 도입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Q. 모벤시스가 추진 중인 사업 다각화 전략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모벤시스는 반도체 산업에 계속 집중할 것입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영 안정성 및 매출 성장성을 위해서는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 등 다른 분야로도 매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은 기존 PLC 기반의 하드웨어 모션컨트롤 시스템이 매우 강하게 자리잡은 상황입니다. 이 분야의 업체들은 코딩을 통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죠. 때문에 모벤시스도 PLC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저희는 이를 위해 '이지 셋업, 이지 코딩(easy setup, easy coding)'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이 전략은 기존 PLC를 활용하던 잠재 고객사들이 소프트웨어, 코딩 전문 엔지니어가 없더라도 WMX 솔루션을 통해 쉽게 모션컨트롤을 설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면 코딩이 필요치 않은 '노 코딩' 솔루션까지 구현할 수 있곘죠. 저희 솔루션이 소프트웨어 기반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커스터마이징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반도체 만큼의 복잡한 기능이 필요 없는데, 기능을 덜어내는 대신 더 저렴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모벤시스의 전략은 무엇입니까?

A. 미국과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공급망 내재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미국 시장은 삼성전자, TSMC 등 국내외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죠. 시장 규모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비업체들도 보폭을 맞춰야 합니다.

모벤시스 역시 해외 시장에 적극 대응할 계획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하지 못했지만 회사의 규모가 더 확대되면 미국에 해외법인을 설립하려고 합니다. 또한 모벤시스는 WMX 외에도 신규 아이템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연구개발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MIT와 협력해 현지에 선행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설립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모벤시스의 핵심 인력 확보 방안은 무엇입니까?

A. 저희 회사가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만큼, 개발 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모벤시스의 경영 이념은 '지속가능한 혁신'입니다. 이러한 이념을 실현하려면 회사가 어떤 개발을 해 나가는지에 대한 비전을 구성원들에게 계속 제시해줘야 하죠. 흥미롭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면 좋은 엔지니어들이 회사에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수평적인 기업문화도 중요합니다. 현재 모벤시스는 위계 질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에 흔히 있는 대표실도 없죠. 부장님, 대표님과 같은 호칭도 없어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모벤시스만의 자유로운 기업 문화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형성된 것도 있습니다. 제 국적은 미국이고, 박평원 모벤시스 대표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죠. 직원들의 국적 역시 다양합니다. 때문에 모벤시스는 태생부터 글로벌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토대로 미국이나 중국 등 다양한 시장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력 보호를 위해 스톡옵션 제도도 시행 중입니다. 모벤시스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있고, 코어 개발자에게는 더 많은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회사의 매출 성장 로드맵과 IPO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모벤시스는 모션컨트롤의 적용 범위를 계속 확장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저희 회사는 지난 2년간 매출 성장률이 평균 75% 이상이었는데, 올해에도 큰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회사의 주력 플랫폼이 모션컨트롤을 넘어 IIoT 센서로 확장되면 또 한번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IIoT 센서는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상용화를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회사가 성장하게 되면 향후 3~4년 후에는 IPO도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