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연매출 3조 장비회사 탄생...세메스, 지난해 매출 3.1조원
지난해 매출 3조1280억원, 영업익 3533억원 달성
국내 장비회사 중 최초로 매출 3조원대 진입
식각장비 매출 1조원 육박...디스플레이 장비 실적은 부진
올해 연매출 3조5000억 안팎 달성 전망
2023-04-15 장경윤 기자
삼성전자의 장비 자회사 세메스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대를 기록했다.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반도체 설비투자에 나선 데 따른 영향이다.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회사 중 연 매출 3조원을 넘긴 건 세메스가 처음이다. 반도체 투자가 가속화되는 추세와 맞물려, 세메스의 올해 연간 매출은 작년보다 15~20%가량 늘어난 3조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세메스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세메스는 지난해 연 매출 3조1280억원, 영업이익 3533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연 매출 3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매출 2조2143억원, 영업이익 284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41%, 24% 증가한 수준이다.
세메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전문업체로, 삼성전자의 자회사다. 식각·포토·세정 등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주력으로 생산해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사업별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반도체 장비가 75%, 디스플레이 장비(FPD)가 1.7%, 용역 사업이 23.3%로 나타났다. 2020년과 비교하면 반도체 장비 매출은 61.24%에서 14%p 가까이 늘어난 반면, 디스플레이 장비 매출은 9.90%에서 8%p넘게 줄었다. 디스플레이 장비 비중이 줄어든 건 삼성전자의 LCD 사업 축소 등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메스 호실적의 주요 배경은 최대 고객사이자 협력사인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다. 삼성전자는 지속되는 반도체 수요 증가세와 최선단 반도체 공정 경쟁에 대응하고자 2020년부터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른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2019년 22.6조원, 2020년 32.9조원, 2021년 43.6조원으로 매년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10nm대 D램, V6 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메모리 공정과 평택 EUV 5㎚ 파운드리 공정에 투자가 집중됐다.
특히 업계는 세메스의 식각장비 사업이 이번 매출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식각장비는 웨이퍼 상의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 중에서도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세메스는 세정장비에 사업 역량을 집중해왔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 삼성전자에 식각장비를 공급하며 관련 사업을 적극 강화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메스의 지난해 매출에서 식각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조원에 육박하는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안다"며 "세메스는 기존 삼성전자의 최선단 공정에 하이엔드 식각장비를 납품하던 램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TEL)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력 강화에 매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메스는 올해에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는 기존 투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른 세메스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20% 증가한 3조5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