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각형 배터리 신사업에 삼성SDI 핵심 협력사 점찍었다

엠오티 등에 파일럿 라인 협력사 참여 유도 각형 배터리 기술 SK온이 흡수할 듯

2022-05-09     이수환 전문기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이 각형 배터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 핵심 협력사들과 긴밀히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SK온은 파우치 필름을 이용한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했다. 각형 배터리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우치형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는 단순히 외형만 다른 게 아니라 주요 조립공정 장비에 큰 차이가 있다. 각형 배터리를 주로 만드는 삼성SDI를 벤치마킹해 신사업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각형 배터리 협력사 중 하나로 엠오티(MOT)를 선정했다. 각형 배터리 생산을 위한 구체적인 기술제안서를 요구했다. 최근 양사는 파일럿 라인에 활용할 조립공정 장비 공급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11월 장비 설치를 목표로 초기 조율이 이뤄졌다. 젤리롤 삽입기, 각형 캔(CAN) 용접기 등의 장비가 대상이다. 구체적인 수주액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소 수십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엠오티가 SK온에 각형 배터리 장비를 공급한다면, 다른 삼성SDI 협력사들도 SK온과 접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대적으로 투자에 신중한 삼성SDI보다 적극적으로 배터리 공장 증설에 나선 SK온과 손을 잡는 것이 실적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엠오티는 삼성SDI를 핵심 고객사로 확보해 성장한 기업"이라며 "SK온이 각형 배터리 사업 연착륙을 위해 이 시장 선두인 삼성SDI 협력사와 다수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SK온과 엠오티가 논의한 각형 배터리 장비는 젤리롤(Jelly roll)을 쓴다. 와인딩(Winding) 방식이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와인딩은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엮어서 돌돌 마는 기법이다. 이 소재 조합물을 '젤리롤'이라 부른다. 현재 삼성SDI는 젤리롤 대신 배터리 소재를 계단처럼 층층이 쌓는 스태킹(Stacking) 공정을 5세대(젠5) 배터리에 적용 중이다. 이른 시일 내에 스태킹 공정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파일럿 라인에서 와인딩 기술을 써보고, 기술이 충분히 마련되면 양산 라인은 삼성SDI와 동일한 스태킹 공정이 사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양‧음극 소재의 탭(Tab)을 만들기 위한 노칭(Notching), 해당 배터리 소재를 쌓는 스태킹용 장비가 필요하다. 엠오티는 삼성SDI 헝가리 괴드 2공장에 '식각 레이저 세정' 장비를 독점 공급한 기업이다. 2019년부터 삼성SDI향 장비 공급이 늘어나며 실적이 급상승했다. 2019년 15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2020년 301억원, 지난해 66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억원, 40억원 49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