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생산방식 차세대 배터리, 삼성SDI는 플랜B도 마련
4680 규격 원통형 배터리 대상
사양 여러 개 마련해 완성차 공략
2022-05-30 이수환 전문기자
테슬라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삼성SDI가 참여한다. 4680 규격(지름 46㎜,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가 대상이다. 현재 구체적인 사양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 가지 형태만 만들지 않는다. 고객사 요구에 맞춰 여러 가지 규격을 시험 중이다. 높이만 차이를 뒀다. 46㎜ 지름은 동일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소 두 가지 버전의 4680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이 양산하겠다고 밝힌 오리지널 4680 배터리도 포함됐다. 다른 하나는 높이가 80㎜ 이하인 제품이다. 40~60㎜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삼성SDI가 여러 형태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게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름은 그대로 유지하고 높이만 다르게 설계한 이유는 다양한 완성차 업체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테슬라는 물론이고 BMW, 볼보, 스텔란티스 등 기존 고객사의 전기차 플랫폼을 고려했다. 예컨대 40㎜ 높이로 만들면 위‧아래 2단 구성이 가능하다. 모듈, 팩 기술을 더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대신 무게가 늘어나고 원가절감에 불리하다.
일각에선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완성차 업체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4680 원통형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조합물인 젤리롤(Jelly roll) 생산이 어렵다. 폭이 넓어진 젤리롤을 일정한 힘으로 말면서 어긋나지 않게 만드는 와인더(권취기) 개발은 고난도 작업이다.
전해질 주입도 해결 과제다. 원통형 배터리 지름이 넓어지면서 전해질을 주입할 때 외부로 내용물이 일부 새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원통형 캔(CAN)과 캡(CAP) 사이를 별도로 세정해야 한다. 삼성SDI는 배터리 생산공정에 '식각 레이저 세정' 기술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4680 원통형 배터리는 탭(Tab)이 없는 탭 리스(Tab less) 구조다. 튀어나온 탭을 접어주는 단동 공정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별도의 장비 개발이 필요하다. 원통형 캔과 젤리롤 손상없이 탭을 잘 접어줘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헝가리 괴드 2공장 증설 계획 가운데 일부 생산라인은 각형이 아닌 원통형 배터리를 염두에 뒀다"며 "완성차 업체의 요구가 다양하기 때문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도 여러 형태로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