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전기차 배터리 화재사고는 누구 책임?
2022-06-22 박효정 PD
- 진행 : 한주엽 디일렉 대표
- 출연 : 이수환 전문기자
-아이오닉5가 얼마 전에 부산에서 충돌하고 화재가 불이 엄청나게 크게 났던데요.
“네. 났죠.”
-사고가 나서 사망하신 분들도 계셔서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렇게 전기차에 불이 붙어서 사고 난 다음에 불이 붙어가고 사상자가 난 게 처음이 아니잖아요?
“굉장히 많이 있었지요.”
-그전에도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가 불이 붙은 적도 있고요.
“그때는 지금 아이오닉5 사고처럼 단시간 내에 불이 급격히 번지진 않았어요. 우리가 보통 전기차 화재는 충전 중인 그동안 화재가 많이 발생했고요. CCTV에 우연히 찍힌 것들을 보면 처음부터 불이 치솟는 것 보단 천천히 연기가 나다가 갑자기 일정한 임계점을 넘게 되면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경우였거든요. 이번 아이오닉5 같은 경우에는 충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게 영상으로 찍혔습니다. 충돌하고 난 다음에 불이 바로 그렇게 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기차가 훨씬 많이 팔리는 중국 같은 경우에는 경미한 접촉사고 이후 며칠 지나고 나서 불이 나는 경우도 있었죠.”
-그래요?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근데 (이 기자님은) 지금 전기차 사려고 준비하다가 접었잖아요.
“요즘 너무 비싸졌고요”
-비싸서 일단 접은 것도 있지만, 사실 그냥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전기차로 바꿔야 하겠다.’라고 마음먹고 있었던 찰나에 아이오닉5 사고가 나서요. 어느 대학 모 교수가 언론에 나와서 얘기한 거 보면 직접적인 아이오닉5 사고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 ‘화재가 아니고 과속’, 즉 고속주행에 따른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국과수에 확인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분이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렇게 사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고 나자마자 기사에는 3초 만에 불길이 휩싸였고 불이 안 꺼져서 수조 같은 걸 만들어서 집어넣었다는...예전에도 저희가 몇 번 영상을 찍을 때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예 불을 끄려면 물통에 집어넣어야 꺼진다고.
“그게 이제 전기차가 보급된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률이 70%가 넘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한 여러 가지 소방 방법론들이 잘 만들어져있습니다. 그걸 우리가 도입한 거고요. 테슬라 같은 경우는 매뉴얼이 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났을 때, 구멍으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을 집어넣어야 한다. 쏟아부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고요. 북유럽 같은 경우에는 특수 용액이 담긴 수조에 전기차를 들어서 집어넣어야 한다, 이런 식의 소방 방법론이 나와 있고요. 우리나라도 전기차 화재가 많이 발생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ESS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하면서 여러 가지 지자체들에서 소방 방법론들이 많이 도입됐고, 이번에 그게 적용이 된 거 같습니다.”
-전기차가 아니고 ESS에서 화재가 발생하니까. 저도 뉴스 보고 되게 놀란 게 ‘어, 저런 게 있었어?’ 약간 전기차 화재 진압용으로 해놓은 건데 어쨌든 다 전소됐죠?
“전기차 화재는 전소가 아닌 경우가 거의 없어요. 이게 한번 발생하면 계속해서 열폭주, 그러니까 셀과 다른 옆 셀이 계속 열이 번지기 때문에 그걸 막을 수 있는 인위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아이오닉5에 배터리 누가 공급했습니까?
“SK온이 공급했죠.”
-근데 누가 공급했다 하더라도 어쨌든 이게 사고가 나서 충돌이 일어나면 무조건 불이 나는 건 아니죠?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어 제가 한번 소개해 드릴게요. 중국이 전기차 굉장히 많이 팔렸잖아요? 여기도 이제 전기차 화재 때문에 온갖 사례를 다 겪고 있는데 올해 1분기 자동차 화재 데이터도 발표했어요. 중국 정부에서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 들여다 보니까 재미있는 게 총 640건이 1분기 동안 발생했고요. 이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겁니다. 하루 평균 7건 이상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보급량이 늘어나니까 자연증가를 한 건데요.
“당연하죠. 그런 다음에 5가지로 화재 원인을 측정했어요. 부품 노후화, 외부 충돌, 높은 온도(고온 날씨), 그 다음엔 배터리 열폭주, 과부하 등 5가지로 이유를 특정했습니다.”
-전기차 나온 지 얼마나 안됐다고 부품의 노후화는 조금...
“부품의 노후화라는 게 이런 측면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이 늘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하부가 녹이 슬면 ‘바닷가 근처에서 운행하셨어요?’ 라든지 겨울철에 염화칼슘으로 인해 하부 세차를 잘 안 했다든가 그런 류의 부품 노후화를 얘기하는 거고요. 중국 같은 경우에는 전기차가 보급된 지가 꽤 오래됐어요. 여기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정책적으로 보급을 해왔습니다. 제주도 같은 경우도 그런 케이스죠. 제주도에서 팔린 전기차 중에는 연수가 10년이 된 전기차들도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오래전부터 했으니까요.
“오래전부터 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의 부품 노후화로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어쨌든 내연기관차하고는 다른 현상입니다. 내연기관차에 불이 활활 붙었던 거는 제가 몇 년 전에
BMW 화재 사건도 지하 주차장에 BMW 출입 금지 뭐 그렇게 쓰고 그랬잖아요.
“당연히 디젤차에서만 불이 발생했었지요. 디젤이 내연기관 중에서는 탄소 배출량은 적지만 대신에 질소산화물, 검댕류나 그런 것들이 많이 나와서 배기가스를 다시 재처리합니다. 그거를 쉽게 사람으로 치면 배설물을 다시 먹는거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물질들이 필연적으로 엔진에 쌓일 수밖에 없고, 그 구조가 이물질들에 막혀서 열이 발생해서 이런 식으로 국토교통부가 당시에 발표했었지요. 그게 여러 가지 타격이 되었죠.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연이어서 BMW 화재가 나면서 국내에 디젤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거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고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 사고 나면 불이 난다고 보통 생각을 잘 안 하는데요. 전기차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야 이제 사고나면 3초 안에 못 빠져나가면 불이 나서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들이 사람들 머릿속에 있을 거 같은데 정확한 원인은 아까 말씀하신 불나는 이유 다섯 가지, 다시 한번 읽어주시죠.
“중국 정부가 발표한 거고요. 부품 노후화, 외부 충돌, 높은 온도(날씨), 배터리 열폭주, 과부하입니다. 과부하는 충전 때 얘기하는 거 같고요. 배터리 열폭주는 배터리 셀 내부의 이상을 얘기하는 것이고 높은 날씨는 외부 온도를 말하는 거고요. 충돌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충돌 이런 거를 얘기하는 거죠.”
-배터리가 지금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이뤄지고 있잖아요? 양극하고 음극하고 만나면 터집니까?
“죽죠. 만나면 절대 안 되는 재료들이죠.”
-그러면 예를 들어서 외부 충돌로 인해서 분리막이 손상이 가고 해서 양쪽이 만나면 거기서 이제 열이 나고 불이 나고 터지는 겁니까?
“그게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보통 배터리를 못으로 관통하면 바로 불이 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러진 않아요. 왜냐하면 배터리를 설계할 때 분리막이 찢어지는 방향이나 강도, 파열까지, 모습까지 감안해서 설계하는 겁니다. 그래서 못으로 뚫더라도 양극과 음극이 만나지 않게, 예를 들어 안쪽을 말린다든가 서로 맞닿지 않게 설계해요. 그런데 어떻게든 만나게 되면 이상 고온이 발생하게 되고 이상 고온이 발생하게 되면 열폭주로 이어져서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거죠.”
-부동액과 화재 사고 직후 불이 크게 번진 것과 관련해서는 부동액과의 관련성 이런 것도 얘기하는데요. 초창기에는 비절연 부동액을 써서, 화재로 이어진 게 아닌가 이런 식의 이유는 알 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지요).
“여러 번 ESS에 화재가 났을 때, 정부에서 합동 조사도 했었고요. 그 조사 과정에 방법론 때문에 논란이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왜냐하면 배터리를 뜯어봤더니 분리막에 손상이 있다, 배터리 셀이 잘못된 거 아니냐는 단순한 구조의 논리였거든요.”
-배터리 셀 업체들 난리났죠.
“삼성SDI가 특히 반발이 심했고요. 왜냐하면 뜯는 순간 손상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원래 분리막은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자연스럽게 열화가 됩니다. 지극히 당연한 거예요. 양극과 음극판도 열화가 이루어집니다. 그거는 케미칼 화학 기반에 배터리 전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열화가 되는 건 당연한 거고요. 사람이 늙으면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는 거랑 비슷한 거예요. 그거는 자연스러운 건데 그게 어떤 배터리 화재의 원인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는 거죠.”
-어쨌든 앞으로 전기차가 보급되면 이런 사고들이 확률적으로 통계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인데요. 그때마다 운전자가 잘못했네 아니면 차 업체가 잘못했네 아니면 또 배터리 업체가 잘못했네, 아니면 또 BMS(Battery Management System)가 잘못됐네 등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놓고 굉장히 다양한 논의나 토론들이 많이 나올 거 같은데요. 이런 사고가 나면 어쨌든 전기차에 대해서 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저희가 말씀드린 것처럼 그래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쏠리는 것입니다.”
-화재가 안 나기 때문에요?
“안 나진 않지만 격하게 (나지는 않죠.) 또 삼원계 배터리 쓰는 기업들이 많이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가 화재에 대한 지연 시간을 좀 늘리는 거 아닙니까?”
-요즘에 그래서 배터리 셀 업체들도 그렇고 관련 생태계에서 지금 여러 가지 혹시나 불이 붙거나 폭발할 때 이것을 10~20초 만이라도 좀 지연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굉장히 많이 찾고 있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그 시간 동안 사람이 빠져나가야 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불이 날 거 같으면 온도 센서가 잡아서, 10~20초 후 크게 폭발할 수 있으니 빨리 대피하세요 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준다거나 이런 것들인데요. 제가 볼 때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배터리 팩 자체가 일종에 섀시잖아요. 차체(Body)다 보니까 배터리 팩을 아예 꽁꽁 싸매자. 배터리 전소가 되는 거는 배터리 팩에서 불이 새어 나와서 실내 공간까지 번진다는 건데 아예 번지지 않게 해버리자. 초 고장력 강판으로 꽁꽁 싸매버리자. 그러면 설사 배터리 셀 팩 안에서 배터리 셀이 불이 나더라도 이 안에서 그치지 않겠느냐. 이런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무거워지니까.
“초고장력 강판을 잘 쓰면 무겁진 않습니다. 그리고 차체 강성이랑 관련된 이슈기 때문에 대신에 통신은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이슈들이 있는데 다만 그런 통신들은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있습니다. 무선으로 통신하는 방법도 실제로 많이 적용되어있고요.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대신에 버스바(Bus bar) 같은 여러 가지 부품들을 쓰면 배터리 팩 단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죠.”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라는 분이 언론에 나와서 운전자 과실을 주장하시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왜 이분이 나와서 그런 주장을 하시는 걸까요?
“사실은 이런 부분도 있어요. LG 배터리에서 불이 많이 났고 실제로 리콜도 여러 번 했죠. 고생을 많이 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LG 배터리가 많이 팔렸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모수가 많았기 때문이죠. 근데 이제 이분이 어떤 의도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전에 배터리에 대한 안정성에 대한 것들을 차단하기 위해서가 아닌가라고 제 개인적으로 추측을 해봅니다.”
-이분이 왜 나와서 이렇게 얘기를 하시지? 하여튼 국과수가 직접 발표한 것도 아니고, 얘기를 전해서 언론에 얘기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좀 듭니다. 아이오닉5 포함해서 전기차에 안전 관련된 것들은 정말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바닥에 폭발물을 싣고 다니는 거 아니냐”는 이런 식의 얘기들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또 그런 인식이 커지다 보면 전기차 산업이나 배터리 산업의 실제로 그렇진 않은데. 너무 과도하게 우려들이 새어서 산업의 어떤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는 것도 맞고. 근데 사고야 날 수밖에 없겠죠. 확률적으로 우리가 사고 난다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맙시다. 말 타고 다녀도 낙마하잖아요.
“내연기관차도 실제로는 불이 굉장히 많이 나는데 그게 너무 익숙해져 있죠. 이건 제가 했던 말은 아니고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불나는 거에 대해서 언급을 한 부분이 있는데, 보급대수로 치면 내연기관차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비율로 따지면 훨씬 적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 적은 있습닏다. 전기차라는 게 아무래도 새로운 제품이고 우리가 내연기관차에서 불났다고 해서 어떤 사회적 이슈를 끌진 않잖아요. 전기차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죠.”
-한번 좀 모니터링을 해야 할 거 같네요.
“이번 같은 경우는 충돌이었으니까요. 배터리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 설계의 문제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