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인사이드] 엔켐 오정강 대표의 개인투자
한때 시총 2조원 터치했던 전해액 기업
2022-06-24 이종준 레드일렉 심사역
【편집자 주】 '딜 인사이드(Deal Inside)'는 디일렉의 투자 자회사 레드일렉이 소개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자부품 분야 기업들의 투자 관련 심층 리포트입니다. 딜 인사이드의 '인'은 사람 인(人)을 뜻합니다.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딜(deal)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일주일에 한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
'엔켐이 이상하다'는 여러 제보
지난해 상장해 시가총액 2조원(현재는 8000억원대)을 찍었었던, 성장 가능성이 큰 이차전지 소재 기업이 이상하다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정강 대표가 엔켐의 지분율 제고 자금을 마련하고자, 개인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오정강 대표의 엔켐 지분율은 16.38%다. 지분율을 3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올해 4월말 기준 인수자금은 500억원 정도다. 개인투자 과정에서 오 대표의 다소 의아한 판단이 보이기도 했다.코스닥 상장사 광무와의 리튬염 조달계약
코스닥 상장사 광무의 공시부터 얘기를 시작해본다. 엔켐은 리튬염(LiPF6) 51억원 어치를 사오기로 지난달말 광무와 계약을 맺었다. 광무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관리종목 지정사유가 발생한 곳이다. 수차례 최대주주가 달라졌고 이에 따라 사명도 변했다. 광무 전에는 릭스솔루션, 그 전에는 바른테크놀로지, 처음에는 케이디씨정보통신이었다. 1991년 설립된 광무는 20여년간 이차전지 사업과 접점이 없었다. 작년 11월 엠아이팜제천을 인수해 올해 4월 합병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관리종목 지정사유가 발생한 곳이라고 해서 신사업에 진출하지 말란 법은 없다. 엠아이팜제천 창업자가 엔켐의 오정강 대표라는 건 좀 의아하다. 다만, 광무의 엠아이팜제천 지분 인수 당시 엠아이팜제천의 소유와 경영 측면에서 형식상 오정강 대표와 관계는 없었다. 엠아이팜제천은 2018년 '충북 제천시 바이오밸리로 107'을 주소로 설립됐다. 엔켐과 주소지가 같지만, 엔켐과는 지분관계가 없는 오정강 대표의 개인회사였다. 오정강 대표는 2020년 3월 엠아이팜제천 지분을 모두 팔았다. 같은 시기 대표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이때부터 엠아이팜제천은 오정강 엔켐 대표와 형식상 관계가 없다. 그렇지만 엠아이팜제천은 최대주주가 바뀌었음에도 주소지를 그대로 유지했다. 작년 12월까지도 그랬다. 광무가 엠아이팜제천을 인수한 시점이었다. 엔켐이 코스닥에 상장한 다음달이이기도 했다. 흔히 볼수 있는 인수방법은 아니었다. 광무는 유상증자한 엠아이팜제천의 지분 98%를 액면가에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100억원이었다. 당시 엠아이팜제천의 소유자는 지분 100%를 보유했던 이상철씨 였으며, 대표는 이승철씨였다. 올해 1분기 남아 있던 엠아이팜제천의 지분 2%를 모두 광무가 인수하게 되는데, 이때는 액면가의 2.5배를 주당 인수금액으로 쳐줬다. 거래금액은 5억원이었다. 광무는 엠아이팜제천에 유상증자를 통해 100억원을 투자했지만, 반년도 안돼 합병을 했으니 100억원은 그대로 광무에게 돌아왔다. 100억원이라는 돈이 잠깐 나갔다가 들어오긴 했으나, 광무가 엠아이팜제천을 인수하며 들인 돈은 5억원뿐이었다.5억원에 인수한 엠아이팜제천으로 51억원 공급계약 체결
엠아이팜제천의 작년 연간 매출액은 17억원이다. 광무와의 합병이후 작년 매출액의 3배에 해당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공급 계약기간이 4개월이므로 이후 또 다른 공급계약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물건을 사주는 곳이 있기에 가능한 계약이다. 리튬염은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전해액을 만드는 원재료중 하나다. 전해액이 이차전지의 4대 원료중 하나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리튬이온이 음극과 양극 어느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게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원리이고, 리튬이온이 움직이는 공간이 전해액이다. 전해액 제조 기업인 엔켐이 리튬염을 사오는 건 굉장히 자연스런 일이다. 엔켐이 만드는 전해액이란 고체인 리튬염과 액체인 용매 그리고 미량의 첨가물인 첨가제를 한데 섞은 액체를 말한다. 고객사에서 원하는대로 균일한 품질로 잘 섞어서 전달하는게 경쟁력이다.광무의 최대주주는 오정강 대표 소유 회사
광무의 최대주주가 바뀐건 엔켐과의 공급계약 이후 한달여만이다. 6월22일 광무의 최대주주가 아틀라스팔천 측으로 바뀌었다. 아틀라스팔천은 광무의 기존 주주였고, 아틀라스팔천이 자금 대부분을 출자한 조합 2곳이 새로 광무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오정강 엔켐 대표는 왜?
올해 1분기말기준 광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73억원으로 집계됐다.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해 관리종목 사유가 발생한 기업치고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준수한 편이다. 바로 이런 기업의 최대주주측이 아틀라스팔천이며 아틀라스팔천의 최대주주는 엔켐의 오정강 대표다. 오 대표는 올해 1월 광무가 발행한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 권리를 취득, 개인적으로 광무의 지분 7.79%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56억원을 지불한다면 말이다. 지분을 늘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엔켐의 상장이후 8개월 남짓 기간동안 오정강 대표의 개인투자 성과로 아틀라스팔천의 광무 인수를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오정강 대표의 엔켐 지분율은 16.38%다. 500억원의 인수 자금만 있다면 지분율을 3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 안정적 경영을 위한 탄탄한 지분율 확보가 엔켐 창업자 오정강 대표에게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정강 대표는 엔켐 상장이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도 콜옵션(주식을 살수 있는 권리)을 걸어두었다. 엔켐은 상장 당시에 950억원의 자금을 모았고, 연이어 900억원 상당 신주인수권부사채와 1000억원 상당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6개월동안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엔켐에 들어왔다. 엔켐은 원재료 확보를 위해 해당 자금을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엔켐의 중국 현지 법인과 중국 기업과의 합작법인에 그동안 조달했던 자금이 흘러나가고 있다. 전해액 제조에 원재료 확보가 중요한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엔켐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작년에 매출은 늘었지만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엔켐은 지난해 전년대비 51.5% 증가한 2105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나 적자전환했다. 영업손실액은 254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에는 분기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원재료값 상승에 따른 판가 인상 사이에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엔켐은 국내 이차전지 제조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